이규태 <스포츠부 차장>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쉬울줄 아나
올해는 봉중근(LG) 등 한국으로 돌아간 예전의 빅리거들도 관심사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미국 마이너리그를 천재적으로 이용해 대박을 터뜨린 최향남(롯데)도 있고, 불펜캐처로 정말 오래 동안 고생한 끝에 금의환향한 이만수 SK 수석코치도 있는데 이번 스프링캠프 결과에 따라 ‘U-턴’을 고려해야할 선수들이 더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보다 ‘텃새’가 더 심한 곳이 한국이다. 미국에서 하다 안 되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생문이 열렸다. 우리가 미국에서 이민 초기에 겪었던 것보다 훨씬 심한 차별대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한국야구가 지난겨울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선발 때 이미 보여줬다. 한국은 사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도 투수들이 잘 했지 타자라고는 이승엽과 일본전에서 적시에 한 방을 날려준 이종범밖에 없었는데도 “구태여 부를만한 실력이 안 된다” “검증된 선수가 아니다”라며 애를 써서 최희섭(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외면했다. 그리고는 아시안게임에 나가 망신만 당했다.
최근 추신수가 대만의 간판 왕치엔밍(뉴욕 양키스)을 상대로 계속 안타를 뽑아내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 뜨거운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병역면제혜택이 걸린 문제여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이런 저런 지저분한 것들을 다 따지다 보면 백차승(시애틀 매리너스)이 왜 일찌감치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는지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알게 모르게 최근 미국에서 한국무대로 건너 간 한국인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 꽤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잘 풀린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농구 선수들이라 더 서럽다. 야구는 수준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하지만 농구는 한국과 미국의 수준 차이가 하늘과 땅인데 흑인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던 그들이 한국까지 가 ‘찬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브라이언 김(한국명 효범·모비스), 리처드 한(상웅·SK), 마리아 브라운(금호생명) 등은 미국에서는 꿈도 못 꿀 프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덕분에 ‘출세’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브라이언 김은 남가주 코스타메이사의 작은 대학 뱅가드 칼리지에서 꽤 잘하던 선수다. 덩크를 자유자재로 하는 등 한국인의 몸으로 흑인농구를 하는 ‘옐로 초컬릿’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2년째 좀처럼 출장시간을 잡지 못하고 있다. 리처드 한도 마찬가지다. NBA 선수들을 줄줄이 배출하는 명문 하이스쿨 농구팀 주전 포인트가드 출신이지만 한국에서는 2년 동안 넣은 점수가 28점밖에 안 되는 벤치워머다. 게다가 소속팀에서 더 이상 키워줄 마음도 없는지 최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권으로 다른 포인트가드를 뽑았다.
브라운도 금호생명에서 게임당 5분을 뛰기 바쁘다.
또 에릭 산드린이란 혼혈 선수는 서로 데려가겠다는 농구인들의 싸움에 휘말려 뛰지도 못하고 영어회화나 가르치며 1년 이상 허송세월을 했다. 2m가 넘는 키에 실력은 발군이지만 아직도 “한국농구에 검증된 선수가 아니다”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들로 팀을 만들면 한국에서 당할 팀이 없다. 하지만 선·후배 관계 등 정치적인 것들이 태클을 걸어 빛을 볼 수가 없다. 한국은 외국인 감독을 뽑은 후 축구대표팀이 그 다음 단계를 밟은 듯 다른 종목들도 눈먼 지도자들부터 물갈이를 해야 발전할 수 있다.
이규태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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