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출처=ICE>
9.11이후 단속 강화로 불안감 증폭
이민 개혁안에 희망 걸어보지만...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좁다. 미 곳곳의 타운에서 반이민 정서가 내포된 조례안이 상정되고 있고 뉴저지의 어느 한 타운은 경찰에게 이민국 단속요원의 권한을 부여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종이 한 장’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서류 미비자들의 고난과 현황,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미래를 시리즈로 분석해본다.
1. 불체자, 왜 이렇게 됐나?
2. 불체자 현황
3. 앞으로의 전망
지난 2001년 봄 1,000달러와 가방 2개를 들고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박(44·여)모씨. 한국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박씨가 미국으로 온 계기는 남편의 외도에 따른 이혼 때문이었다. 6개월짜리 관광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한 박씨는 우여곡절 끝에 친언니의 친구를 찾았으며 그의 도움으로 플러싱 소재 한인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비록 일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한국에서의 아픈 기억을 지우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희망이 매일 아침 박씨를 깨우는 활력소가 됐다. 6개월이 지난 뒤 신분문제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나중에 시민권자 찾아서 재혼하면 된다 미국 정부는 겁만 주지 실제로 불법 체류자들을 잡아가지는 않는다”라는 주위사람들의 말을 듣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박씨에게 미국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던 2001년 9월11일, 세상을 바꿔버린 엄청난 일이 뉴욕에서 터져버렸다.
‘9.11 테러사건’은 하루아침에 박씨를 비롯한 불법 체류자들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텔레비전과 신문에서는 이 사건으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수사가 강화된다는 기사가 연일 게재되면서 불체자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증폭됐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박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던 주위사람들은 “경찰에게 잡히면 추방된다” “이제 추방되면 다시는 미국에 오지 못한다”라는 말로 박씨를 자극했다.
이런 박씨에게 5만 달러를 주면 결혼해주겠다며 접근해온 야박한 남성도 있었다. 박씨는 “5만 달러가 없었을 뿐더러 만약 있었다 하더라도 잘 알지도 못하는 남성과 차마 결혼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뉴욕 일원의 유능하다고 소문난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과 무려 10번이 넘게 상담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2년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미 연방정부의 포괄적인 이민개혁법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도 그렇다할 희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9.11은 박씨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수 만여 명의 한인 불체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박씨는 “사실 9.11 이전에는 신분 문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9.11이 터지고 난 이후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과 주류사회의 정서가 엄청나게 변한 것 같다”며
“요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체자 체포 역시 9.11 이후에 따른 여파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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