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서린 테러·학살극 집중
컬럼바인·오클라호마시티·다윗파 사건에
97만명 죽은 남북전쟁 개전일까지… 곳곳 추모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1차 세계대전으로 ‘황무지’로 변해버린 전쟁터에 찾아온 봄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유명한 시구는 컬럼바인과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 등 ‘4월의 비극’을 겪은 미국인들에게 더욱 절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4월은 잔인하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순교자’라고 부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가 콜로라도 리틀락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13명을 사살하고 24명에 총상을 입힌 사건도 만 8년 전인 1999년 4월20일에 발생했다.
9.11사태 이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최대의 테러참사였던 오클라호마시티 차량폭탄 사건은 19일로 12주년을 맞았다. 1995년 4월19일 당시, 2톤의 질산암모늄과 중유를 실은 트럭이 앨프레드 P. 머레이 연방 건물 앞에서 폭발하면서 데이케어에 있었던 어린이 19명을 비롯, 168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분해됐다. 범인 티모시 맥베이와 테리 니콜스는 텍사스주 웨이코의 다윗파를 연방 정부 당국이 무력 진압한데 따른 보복으로 범행을 감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맥베이는 2001년 처형됐고 니콜스는 종신형을 언도받고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웨이코 사태 역시 4월에 터져 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1993년 2월28일 연방 수사관들이 무장 사교단체인 다윗파의 지도자 데이빗 코레쉬를 무기 및 폭발물 불법비축 혐의로 체포하러 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져 수사관 4명과 다윗파 6명이 숨지면서 비롯됐다. 연방 당국은 양측의 대치극이 시작된 지 51일만인 4월19일 진압작전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신도 81명이 화재로 숨졌다.
다윗파에서는 당국이 투척한 최루탄이 화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데 대해 연방 당국은 다윗파가 불을 질러 집단자살을 시도했다고 팽팽히 맞섰다. 10개월에 걸친 독립적인 수사 결과 화재 책임이 코레쉬에게 있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으나 논란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4월16일에서 20일 사이 일어난 이들 4건의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거의 300명에 이른다. 관계자들은 이들 사건의 날짜가 인류 최악의 대량살상자인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이 4월20일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다. 티모시 맥베이는 백인 우월단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컬럼바인의 범인들도 히틀러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4월20일을 범행날짜로 정했다.
오랫동안 미국 역사상 4월은 1775년 4월18일 애국자 폴 리비어가 영국군의 진격을 알리면서 미국의 독립운동이 시작된 달로 기억돼 왔지만 지난 십여년 사이 가장 비극적인 달로 미국인들의 뇌리에 자리 잡게 됐다.
오클라호마시티, 리틀턴, 웨이코 등지에서는 지금도 비극을 딛고 일어서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코레쉬가 신도들을 오도했다고 믿는 다윗파의 지도자 찰스 페이스는 웨이코에서 동쪽으로 10마일 떨어진 77에이커의 집단촌에 교회와 예배당, 운동센터, 그리고 대치사건을 추모하는 박물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알프레드 머레이 연방 건물 부지에 세워진 추모 공원에는 매년 그랬듯 사건 발생 12주년을 맞은 19일 애도객들이 모여 168초 동안 묵념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 오클라호마시티가 “9.11테러를 겪은 우리들에게 도움이 됐고 지금 버지니아 공대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 도움이 되는 동정과 정신력의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4월의 주요 사건>
▶1861년 4월12일 - 남북전쟁 개전 (97만명 사망)
▶1865년 4월14일 -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
▶1903년 4월29일 - 캐나다 프랭크 산사태 (70명 이상 사망)
▶1906년 4월18일 -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3,000명 이상 사망)
▶1912년 4월14~15일 - 타이태닉 침몰 (1,517명 사망)
▶1915년 4월24일 - 지식인 250명 체포로 아르메니아 대학살 시작 (60만~80만명 사망)
▶1982년 4월26~27일 - 우범곤 순경 총격사건 (58명 사망)
▶1986년4월26일 -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1968년 4월4일 -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암살
▶1974년 4월3~4일 - 미국 13개 주에 148개 토네이도 발생 (315-330명 사망)
▶1992년 4월1일 - 보스니아 전쟁 개전 (10만~11만명 사망)
▶1992년 4월29일 - LA 폭동 (53명 사망)
▶1994년 4월6일 - 르완다 대학살 시작 (50만~100만명 사망)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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