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스타들에 대해 보이는 대로 전하다 보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 때가 많다. 사실이 어떻건 간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면 시선이 따가워 사과라도 해야 할 처지라 기분이 묘하다.
특히 근무 시간에 한국선수가 뛰는 경기가 TV에 나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면 자리를 피하는 게 낫다. 괜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스포츠 기자라고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하며 ‘해설’을 했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
한국선수에 대한 리포팅은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의 ‘5W1H’로 안 되고 1P(Patriotism·애국심)에 1C(Cheering·응원)까지 들어가야 ‘안티 코리안’으로 몰리거나 “피도 눈물도 없다”는 소리를 안 듣는데 입이 방정이다.
지난 달 30일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복귀전 때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잘 나가던 투수가 하필이면 9번 타자인 상대 투수에게 안타를 맞고는 흔들리기 시작, 볼만 연속으로 8개를 던져 만루 위기에 몰렸는데 그때 방정맞게 “위기를 자초했다”고 실언(?)을 하는 바람에 도마에 올랐다.
박찬호는 그래서 플로리다 말린스의 최강타자 미겔 카브레라와 맞서게 됐는데 그가 친 라인드라이브를 말린스 2루수 데이먼 이즐리가 껑충 뛰며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파인플레이”로 잡을 뻔~ 했다가 놓치는 바람에 그 위기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그때 모두들 “에러”를 외치며 2루수를 탓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기록관이 야수 실책을 선언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안타인데 잡으려고 노력한 것에 대한 ‘처벌’은 내리지 않기에 에러가 아니라고 입을 열었다가 또 ‘악당’으로 몰렸다.
그 수비수가 이즐리가 아닌 이승엽이었으면 그걸 실책이라고 말할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텐데, 결론적으로 유일하게 중립을 지킨 자를 왜 “박찬호를 미워하는 자”로 몰아세우는지 정말로 억울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선수들은 국민의 엄청난 프로텍션을 받는 행운아들이다. 부정적인 기사는 우선 독자들부터 싫어한다. 조금만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항의 전화가 와 “격려는 해주지 못하고 기를 죽인다”며 야단을 치신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신문이 독자에게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는 제공해도 선수들의 치어리더까지 돼줄 의무는 없다고 본다. 덜 드라이하게, 보다 재미있게 전하려고 할 뿐 선수들을 헐뜯을 의도는 전혀 없다.
그리고 사실 좋게 좋게 쓰는 게 훨씬 쉽다. 선수들 측근도 기사에 엄청나게 민감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그들을 비난한 기사가 아니었는데도 그 동안 아내와 장인어른이 들고 일어선 축구선수, 쫓아와 회사 높은 사람에 침을 뱉겠다는 골프 아빠, 어떤 미 소비자 단체의 편지지에 영어로 쓴 협박성 편지를 회장실로 보낸 테니스 아빠 등 별 사람들이 다 있었는데 골치 아픈 일을 일부러 더 만들어서 겪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규태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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