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뚜뚜 맨은 둥근 테 모자에 깃털 레이(lei)를 휘감고 한 손은 말고삐를 거머쥐고 다른 손은 허리에 얹은 채 자기가 관리하는 목축장을 말을 타고 순회하며 감시했다. 가다가 일꾼이나 친구를 보면 목례로 인사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뚜뚜 맨은 우리 김치공장도 감시해주었다.
해리는 성(姓)이 디바인(Devine)이라는, 쉬프먼씨의 재산관리인을 접촉했다. 창고는 비어있는 상태라고 했다. 해리는 허버트 쉬프먼씨와도 접촉을 해서 어머니의 김치사업 구상을 얘기해주고 월세가 얼마인지도 물었다. 우리 집 친구와도 같은 쉬프먼씨는 곧 응답해주었다. 그거 힘들 텐데. 물량을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까. 퉁명스럽게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사용료는 한 달에 25불. 도살장의 저장용 냉장고는 그냥 쓰거라. 우리에 대한 그분의 친절은 나중에도 여러 번 표출되었다. 그리하여 한때는 꽃 저장소로 사용되던 공간이 재빨리 김치 키친(Kimchee Kitchen)으로 개조되었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발효시키는 대형 함지에, 1쿼트(약 1.14리터)짜리 병은 수도 없이 많고 칼, 마늘, 생강뿌리, 시뻘건 매운 고추 등등이 여기저기 수북했다. 어머니 생각은 우선은 소규모로 시작하자는 거였다. 그래서 내용물이 이미 기재된 비싼 부전(附箋)은 그대로 두고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공(空) 라벨만 샀다.
상호(商號)는 케에아우 김치(Keeau Kimchee)로 정했다. 케에아우는 올라아(Olaa)를 포함하는 큰 지역의 이름이다. 영흥과 해리는 몇 시간동안 꼼꼼하게 로고(logo)와 재료명과 주소를 써가지고 병에다가 붙였다. 둘이서 아마 족히 수천 장은 그렇게 써 붙였을 것이다. 처음에 제일 난감했던 도전은 마케팅이었다. 김치를 상자에 넣어가지고 올라아(Olaa), 파호아(Pahoa), 힐로(Hilo), 카포호(Kapoho), 그리고 심지어는 저 먼 나알레후(Naalehu)까지 갖고 가서 상인들한테 새로 나온 우리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해달라고 했다. 어떤 상인들은 우리 부탁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상점 진열대에는 다른 브랜드가 이미 한두 개 진열되어 있는 터라 새 것을 더 추가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우리 제품의 라벨은 손으로 그려 붙인 거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해리는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상점에서 우리 물건을 받아주기로 했다. 다만 타 제품이 떨어졌을 경우에 팔아준다는 조건이었다. 어쨌든 발 하나는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었다. 열흘 안에 판매되지 않은 김치병들은 반환되어서 그만큼 손해였다. 그래도 어머니는 굴하지 않고 계속하여 판매를 올렸다. 우리 것을 팔아주는 상인들은 거의 다 손으로 쓴 상표를 보고 그게 뭐냐고 비방했다. 배추란 글자를 지우고 대신 오이라고 쓴 라벨을 특히 싫어했다.
그들은 제대로 인쇄된 딱지를 붙이고 내용물도 중요한 것부터 먼저 표기하라고 해리에게 타일렀다. 예를 들면 배추를 먼저 적은 다음에 소금을 쓰라는 것이었다. 해리가 그 말을 어머니한테 전하니까 손으로 쓴 것을 먼저 다 사용하고 난 다음에 바꾸자고 하셨다. 왜 낭비하냐는 것이었다. 앞서 라우할라 사업처럼 우리 김치는 그야말로 풀뿌리식 비즈니스였다. 영흥과 해리는 틈 날 때마다 손으로 라벨 표기를 계속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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