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힐로시장은 어머니의 친구되는 사람이 벌써 선점해둔 터라, 우리 김치가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허나 그 분과 어머니 사이의 관계는 깨지지 않았고, 또 우리 때문에 그분의 사업이 침해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호놀룰루의 김치시장들은 벌써 잘 알려진 브랜드로 홍수가 나 있는 정도였다. 그곳에 가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은 시장개척에 최선을 다했다. 인기 많은 어떤 수퍼에서 호의를 베풀어 판매할 기회를 주었다. 긴급 시의 대책이란 조건으로. 그 일은 프랭크 오빠가 직접 맡았다. 김치상자는 여러 개를 서서 드나드는 대형 냉장고에 쌓아두고 판매대에는 병에 담은 김치 몇 개를 얹어 놓았다.
일주일 안에 팔리지 않는 것은 새 걸로 대치해야 했다. 그런데 많은 고객들에게 손으로 쓴 <케에아우 김치(Keeau Kimchee)>라는 라벨이 별로였다. 판매대에 올랐던 김치병을 많이 거두고 새 것을 추가했다. 언젠가 한 번은 프랭크가 알로하 셔츠만 입고 새 김치병을 꺼내오려고 대형 냉장고에 들어갔는데 그만 비상용 손잡이도 없는 문이 미처 빠져나올 새가 없이 꽝 닫혀버렸다. 오빠는 찬 팔을 비비면서 왔다 갔다 했지만 방음장치가 되어있는 냉장고 속에 갇힌 채로 벌벌 떨었다.
가벼운 알로하 셔츠는 냉기를 막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되었다. 냉장고 문을 닫기 전에 차 안에 두고 온 따뜻한 쟈켓이 그리웠다. 그래도 결국은 점원이 보충할 물건을 가지러 들어올 거라는 생각에 다소 안심은 되었다. 그러면서 기다리는 동안이 너무나 추웠다. 또 5분이 지났다. 그러더니 드디어 그 육중한 문이 열렸다! 더운 바깥 공기가 더없이 좋았다.
급기야 새로 주문한 인쇄 라벨이 도착했다. 인쇄된 새 딱지는 특히 우리 물건을 받아 파는 Los Angeles에서 더 필요하게 되었다. 영흥, 해리, 한성이가 학교에 가면 어머니는 혼자 김치공장에 남아서 일을 하시는 적이 많았다. 마침 그때 어디선가 깡마른 집 없는 절름발이 황갈색 개 한 마리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 덤으로 새 한 마리와 함께. 해리에게는 독일종 맹도견이 있었다. 이름은 처음에 데리고 있던 개를 기리는 뜻으로 듀키(Dukey)라 했다. 한성이도 따로 새 한 마리와 개를 길렀다.
그 새(九官鳥: mynah bird)의 이름은 버디(Birdie)였다. 영흥이의 취미는 동물이 아니고 반짝거리는 차(車)였다. 어쨌거나 집 없는 개는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우리 집에 들어온 동물들은 가리지 않고 모두 멕여 살렸다. 어머니한테 개는 접근하는 법이 없었건만, 다리가 셋 뿐인 이 영리한 개는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택했다. 놈은 어머니가 반마일 떨어져 있는 김치공장으로 가시면 언제라도 절름거리며 뒤쫓아갔다. 거기에 다다르면 앉아서 문을 지켰다. 물론 그래서 보상을 받았다. 고기도 몇 점씩, 또 어머니가 점심을 지으시다가 남는 것도 얻어먹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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