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권총자살로 유명해진 오베르
파리교외의 시골마을이 하루아침에 관광명소로 탈바꿈, 일본인들 몰려와
목사가 되려고 신학을 공부하다 그림을 선택한 반 고흐. 찢어지게 가난한 탓으로 모델을 구하지 못해 자화상을 40여점이나 그린 반 고흐. 고갱과 싸운 후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갖다 준 반 고흐. 그리고 끝내는 37세에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의 생애는 한편의 드라마다. 빈센트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으나 화가로서의 활동무대는 프랑스였다. 27세에 그림을 시작해 37세에 숨진 불우한 천재화가다.
<반 고호가 권총자살한 하숙집 3층 그의 침실>
파리 교외열차를 타고 1시간쯤 가면 오베르 쉬르와즈라는 작은 농촌마을이 나온다. 반 고흐는 프랑스 남부의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이 마을에서 가셋이라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다가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권총자살 했다. 반 고흐는 오베르 쉬르와즈에 불과 두 달밖에 머무르지 않았는데 그 유명한 ‘오베르의 교회’와 인물화 ‘닥터 가셋’을 여기서 그렸고 그의 묘지가 이 마을 뒷산에 있는 바람에 ‘오베르 쉬르와즈’는 일약 프랑스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의 하숙집은 반 고흐 박물관이 되었고 그가 그림을 그리던 아래층 아틀리에는 식당으로 변했는데 관광객이 너무 붐벼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가 살던 하숙집. 지금은 반 고흐 뮤지엄으로 변했다>
오베르에 돌아보고 놀란 것은 일본인 관광객이 거리에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이유는 반 고흐 그림의 화려한 색상이 일본 판화에서 힌트를 얻었고 그가 일본을 동경해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 작품을 3개나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반 고흐 열광은 대단하다. 그의 그림을 파격적인 고가에 일본 회사들이 매입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반 고흐는 렘브란트와 밀레를 높이 평가했는데 인물과 농촌에 관한 그의 그림(‘감자먹는 사람들’과 ‘씨 뿌리는 농부’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사람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방에서 하숙한 고갱 앞에서 면도날로 귀를 자른 것도 바로 렘브란트 작품 해석을 두고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다가 그렇게 됐다. 그는 자신의 잘라진 귀를 소재로 자화상(사진)을 그렸다. 돈이 없어 모델을 구하지 못해 그린 반 고흐의 자화상들은 그의 작품 경향과 변화를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반 고흐의 신비는 역시 노란색의 마술이다. 그의 그림 전반에 걸쳐 강렬한 노란색이 작품을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해바라기’ ‘까마귀 나는 밀밭’ ‘추수’ ‘밤의 카페’ 등 유명한 작품들은 노란색의 마술로 꾸며져 있다. 그는 노란색 해바라기 시리즈 그린 후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너도 알겠지만 자냉에게 작약 그림이 있고 쿠아스트에게 접시꽃 그림이 있다면 나에겐 해바라기가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을 정도였다.
<오베르 쉬르와즈의 공동묘지에 있는 반 고흐의 묘지. 동생 테오와 나란히 묻혀 있다. 묘지 옆에는 밀밭이 지평선을 이루며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극도의 가난에 쫓겨 화상인 동생 테오에게 생활비를 의지해야 했던 반 고흐 - 생레미 정신병원에서도 그림을 그린 반 고흐. 그의 그림들 중 최대 명작으로 알려진 ‘별, 달밤’은 바로 정신병원의 병실 들창을 통해본 하늘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렘브란트와 함께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국보적인 화가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의 살아생전 소원은 자신의 그림이 몽마르뜨 화상들의 가게에 전시되는 것이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은 바로 반 고호의 일생을 두고 만들어진 금언인 것 같다.
<파리교외에 있는 오베르 교회. 교회의 입구에 반 고흐가 그린 교회그림 사본을 걸어놓고 있다. 그의 묘지도 이 근처에 있다.>
<반 고흐 말년의 대작 ‘오베르의 교회’. 걸어가는 여성이 프랑스가 아닌 네덜란드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것은 그의 향수병을 말해 준다.>
<이 철 /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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