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백
“웰컴 투 할리웃, 데이빗”
“기자회견인데 취재증을 신청하라니. 또 취재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하다니….”
지난 13일 데이빗 베컴의 LA 갤럭시 공식 입단식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게임도 아닌 사실상 기자회견을 위해 취재증(Media credential)을 신청하라는 점도 의아했을 뿐 아니라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행사를 위해 오전 9시까지 오라는 갤럭시측의 친절한(?) 안내도 이상하게 들렸다. “한 시간씩이나 먼저 와서 뭘 하라고. 대통령이 오는 것도 아닌데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냐?”
그래도 베컴에 대한 열기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오전 9시10분쯤 홈디포센터에 도착하니 이미 파킹랏에서 입구쪽으로 가는 길에는 베컴을 보기 위해 몰려 든 팬들로 가득했다. 갤럭시는 이번 베컴 환영을 위해 팀의 시즌티켓 보유자들과 관계자들의 게스트만 초청했다고 했는데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불구, 이날 행사장을 찾은 팬의 수는 5,000여명을 넘는 듯 했다. 베컴 유니폼 저지를 입고 있는 어린이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직 아침시간임에도 불구, 햇볕이 따갑게 느껴진 더운 날이기도 했지만 이런 팬들 가운데 서 있다보니 베컴을 본다는 흥분의 열기가 절로 느껴졌다.
팬들의 물결을 헤치며 취재증을 받기 위해 지정된 티켓윈도우로 가보니 이건 또 웬 일. 이미 윈도우 앞에 늘어선 기자들의 줄은 최소한 70~80명에 달했다. “아니 웬 기자들이 이리도 많은 거야.” 뙤약볕 아래서 무작정 줄을 서 있다보니 개중에는 아무런 사전신청도 없이 무작정 출동한 용감한(?) 기자들도 꽤 있어 이들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기다린 시간만 20분이 넘어가자 이러다간 행사시작 시간까지 못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까지 들었다. 왜 한 시간 빨리 오라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명단이 너무 길어 티켓 부스에서 내 이름을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입구에서 메탈 디텍터 검사까지 거쳐 우여곡절 끝에 입장하니 좌석을 찾는데도 또 한참 걸린다. 나중에 듣고 보니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자수가 700여명. TV카메라 수만도 100대가 훨씬 넘어 보였다. 평상시 LA에 있는 모든 TV카메라 수보다 이날 여기 모인 카메라가 더 많은 것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했다. 좌석 입장하는 곳에서도 줄을 선 끝에 간신히 제 자리를 찾고 보니 바로 옆 섹션에서 귀에 익은 박자가 들린다. “L~A 갤럭시, 짝짝~짝 짝짝”. “아니 이건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옆에 있던 후배가 알려줬다. “이거 대~한민국 구호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LA 갤럭시의 가장 열렬한 서포터스인 ‘LA Riot squad’가 ‘대~한민국’ 구호를 갤럭시 용으로 재활용한 거였다. 한류열풍이 따로 없었다.
정확히 10시. 구장 스피커에서 ‘Hello, America’라는 노래가 터져 나오며 베컴이 필드에 마련된 단상을 향해 걸어나왔다. 대낮인데도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고 일부 소녀팬들의 광적인 환호성은 마치 록 스타의 입장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침내 순서가 되어 색종이들이 남긴 폭죽이 터져 올라가고 그가 ‘넘버 23’ 갤럭시 유니폼 저지를 지켜들자 다시 한 번 플래시와 환호성이 폭발했다. 웨인 그레츠키나 마이클 조단, 타이거 우즈 등 스포츠 황제들도 받아보지 못한 ‘할리웃 스타일’ 월컴이었다. 베컴은 본보가 공식 후원하는 ‘2007 월드시리즈 오브 풋볼’ 둘째 날인 오는 21일 홈디포센터에서 옛 친구들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를 상대로 갤럭시 데뷔전을 가질 예정이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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