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운전 면허증 없이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지는 없이 지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단지 직장을 다니는데 필요한 운전을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분증을 필요로 하는 모든 행위가 불가능해진다.
뉴욕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없고 합법체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운전면허증 재발급이 금지되고 신청도 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정책을 비판하거나 저지할 수 있는 그 어떤 참정권도 가지지 못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것은 오래 전 ‘리얼 아이디 법안’이 연방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각 주에서는 연방정부의 이 법을 따라서 서류 미비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추세로 나아갔다.
그런 와중에 뉴욕 주가 최근 연방정부의 결정을 거부하고 서류 미비자들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해서 너무도 다행스런 일이다. 미국사회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가 오늘날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기반에는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온 서류미비 노동자들이 있었다. 사실 이들은 힘들게 일하고 직접세와 간접세를 내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임에도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운전면허증 발급 불가는 생계마저 위협해 왔다.
그러나 뉴욕 주정부가 이런 결정을 그냥 내린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많은 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뉴욕시내 수많은 이민자 권익옹호단체들, 그 중에서도 한인단체인 청년학교의 노력이 돋보였다.
한인단체들 중에는 청년학교와 같이 이민자 사회와 커뮤니티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있지만 이들처럼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정치인들을 만나서 사진을 찍고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요구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한인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는 한인사회에도 이름만 내걸고 목에 힘만 주는 단체들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단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쾌거가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듯이 드림 액트와 같은 법안들이 하루바삐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1%도 되지 않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민족으로 우리 요구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실한 전략으로 힘을 결집시키는 것 밖에는 없다. 이러한 결집된 힘과 전략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지역에서 연방에서 우리 이익이 되는 결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올해 연방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과 뉴욕 주정부의 서류미비 이민자들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한 운동에서 배웠다.
미국내 한인 커뮤니티는 지난 수십 년 간 경제적으로 큰 성장을 이룩했으나 정치적으로는 미미한 영향력밖에 없었다. 이번 위안부 결의안과 서류 미비자에 대한 운전 면허증 발급을 계기로 이제는 한인사회가 지역 커뮤니티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권익옹호 단체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동찬 /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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