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세공 일만 30년 넘게 해온 김호열(사진)씨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의 손을 타야 제대로 된 귀금속 모양이 나온다”고 말한다.
금 덩어리를 두드려 일정한 두께로 펴고 원하는 문양을 만드는 일련의 제작과정이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문양 틀은 금형이나 다이캐스팅을 이용하고 동력도 기계화되어 비교적 수월해졌으나 김씨는 그래도 모든 과정이 손을 거치는 수작업이야 말로 진짜 세공일이라고 본다.“요즘에는 주조기법에 따라 샘플 하나로 다량 만들 수 있는 편안 세상이지만 뭔가 좀 아쉽다”는 김씨는 한국에서 세공기능협회 경연대회 심사위원과 세공기술자격 시험 감독관을 지내는 등 금은 세공기술자로 인정을 받았으나 자녀 교육을 위해 99년 가족들을 데리고 이민왔다.
맨하탄 47가 한인 귀금속 도매 업체 B & D에서 세공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맨하탄 다이아몬드 거리에서만 9년째 귀금속 세공일을 해오고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 세공기술 견습공이 됐다.
너무 배가 고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요리사가 꿈이기도 했으나 기술을 배우라는 모친의 권유로 학교를 그만 둔 후 1972년 고향 청주를 떠나 서울로 상경, 금은방에 취직했다.대학에 간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으나 최고의 세공기술자가 되고자 결심,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공기술을 익혔다.세공기술 견습 생활 1년 만에 반지를 만들게 됐고 피나는 노력으로 인정받는 세공기술자가 됐다.
주조기법에 의해 하나의 샘플로 다량 만들 수 있는 자동화 시대에 그래도 손재주를 요하는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주 미세하고 정교한 부분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값비싼 보석 세공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면 강도가 약한 보석 경우 두드리다 깨질 수도 있기에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만큼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겪는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인이 힘든 세공일은 그만두고 세탁소 일을 도와달라고 권유하지만 30년 넘게 해온 세공일이 천직이라고 여기고 세공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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