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서 할아버지 순국
“90년 전의 일이지만 돌이켜보면 영광보다는 생각도 하기 싫은 한(恨)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의로운 일을 한다고 4살의 어린 아들과 딸을 두고 저 세상에 가버리신 분입니다. 원망도 많이 했지만 정부가 잊지 않고 그 희생의 뜻을 알아주니 이제야 마음이 풀립니다.”
31일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받는 버지니아의 이근홍씨(65)는 독립운동을 한 조부의 사망으로 겪어야 했던 가족들의 지난 혹독했던 삶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씨의 조부인 고 이상현 선생은 1919년 3.1운동 당시 경남 합천 만세운동에 뛰어들었다 일경의 총격을 받고 순국한 독립지사. 고인은 당시 서른셋의 나이에 동네 이장으로 있다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고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합천 만세운동(일명 삼가 장터 만세운동)은 유관순 열사의 천안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보다 더 크고 격렬했던 것으로 최근 역사적 재조명을 받은 항일운동. 당시 기록들은 2만여 명이 이 만세운동에 참가했으며 40명 이상의 애국지사들이 순국하고 15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근홍씨는 “종손이었던 할아버지는 집안 대소사에 관해 말끔히 정리해놓고 만세운동에 참여하셨다고 들었다”며 “스물여덟에 청상이 된 할머니는 그 격동기에 온갖 고초를 겪으며 어린 자식 둘을 키웠다”고 되돌아봤다.
이씨는 “조상의 독립운동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후손들에는 처절한 삶만 남아 있을 뿐”이라며 “잊고 지냈던 일이지만 집안 어른들의 요청으로 조부의 독립운동 확인요청을 하게 됐다”고 그간의 회한을 털어놓았다.
고 이상현 선생의 종손자인 이씨는 1981년 도미, 건축업과 기프트 샵 등을 운영하다 얼마 전 은퇴했다. 맥클린에 거주하며 남매를 두었다. 이씨에 대한 훈장 전수식은 31일 오전 주미대사관 총영사관에서 열린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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