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욕을 방문한 정동제일교회 제21대 담임 조영준(오른쪽)목사와 부인 전영실사모
한국의 어머니교회 정동제일교회와 조영준 담임목사
한국의 어머니 교회 정동제일교회 제21대 담임 조영준목사가 뉴욕을 방문했다.
조 목사는 1982년부터 83년까지 후러싱제일교회 제2대 담임목사를 역임해 뉴욕과는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화학원·이화여자고등학교·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팔열(八烈)중·고등학교 이사장이며 배재학당·서울예고·예원중학교 이사이자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정동제일교회 당회장인 조 목사는 올해 고희(70)를 맞아 지난 10월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인근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고희 잔치를 열어주었다.
“미국에서 30년 한국에서 12년 총 42년 동안 목회했다”는 조 목사는 이민교회와 한국교회를 비교하면서 “이민교회, 즉 미국 내 한인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음세대에게 신양유산을 전수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1.5세와 2세와 3세들 중에서 좋은 목회자들이 양성되어야 한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일본교회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민교회는 뿌리가 약하다. 뿌리가 튼튼해지도록 하려면 세월이 지나야 한다. 뿌리가 약한 이민교회이기에 교인들이 이리저리 교회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민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교회는 미주 한인교회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다 한국에 나가 목회하니 너무나 바쁘다. 그렇지만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요즘 일반적인 한국교회 실정은 교회가 사회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교회의 위상이 떨어진 상태 같다. 그러므로 한국의 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은 더 각성하여 새롭게 교회의 위상을 높여가야 될 것”이라고 한국교회 실정을 말한다. 평생을 목회자로 보낸 조 목사는 후배 목사들에게 주는 권유로 “권위주의를 버리고 섬기는 자세로 목회하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참여하는 자세로 끝까지 인내하라. 새벽부터 밤중까지 열심, 즉 부지런히 일하라. 재주 부리지 말고 복음에 충실하고 원리원칙대로 신실하게 목회하면 반드시 교회는 부흥할 것”이라며 “1996년 정동제일교회에 부임할 때 교인 수는 3,000여명이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현재 교인 수는 약 6,000여명이다. 정동교회 역사상 가장 큰 부흥이 되었다고들 한다. 이 같은 결과는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 아래 열심히 목회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목사는 자신의 인생관이자 신앙관을 이렇게 말한다. “지난 70년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 중, 특히 나중 죽어 묘비에 새겨질 말이 있다면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 ‘자신의 최선을 다한 사람.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이라”고.
1937년 10월27일 서울에서 회사원이었던 아버지 조종국씨와 어머니 이 선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조 목사는 기독교인이 된 동기를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인 진성대 선생이 궁정교회 주일학교 교장이었다. 그 선생이 나를 교회로 안내해주었다. 이렇게 주일학교를 시작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가 1946년이다. 이후 서울중학교를 다닐 무렵 6.25전쟁이 터졌다. 이 때 서울에서 인민군들과 중공군들이 6개월 이상 점령해 있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포탄에 맞아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후 서울고등학교 다닐 무렵 마침 종교교회에서 미국인 하비선교사가 강사로 와 부흥회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참석한 나는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내가 살아 있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내 힘으로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덤으로 산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남은 인생을 하나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이 나를 하나님의 종으로 만든 소명(Calling)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서울고등학교 졸업(7회)할 때 감리교신학교를 지원했다. 서울고 졸업생으로는 나 혼자였다. 다들 말렸다. 연세대신과를 가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하려면 교단 배경이 있어야 좋을 것 같아 감리교신학교를 택했다”고 회고했다. 1955년에 입학해 59년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는 졸업 전 KBS 아나운서로 합격돼 1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아나운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졸업 후 유학시험에 합격해 유학귀휴조치의 법령에
따라 1년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60년 9월 미 남부에 있는 에모리대학교에 유학 왔다. 63년까지 그 곳에서 신학석사(M.Div.)를 마친 조 목사는 63년부터 뉴저지 드루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72년까지 공부하여 철학박사학위(Ph.D.)를 받았다.
66년부터 연합감리교회(UMC)에서 목회를 시작한 조 목사는 미국교회 다섯 군데를 돌며 목회를 하는 가운데 68년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68년부터 71년까지 뉴욕의 빌즈게이츠 교회, 71년부터 78년까지 뉴욕의 라그랭거빌교회, 78년부터 82년까지 뉴욕의 와핑거스 폴스 교회를 담임했고 73년 미드허드슨한인교회를 창립해 81년까지 미국교회와 한인교회를 함께 봉직했다. 그 후 82년부터 83년까지 뉴욕 퀸즈 소재 후러싱제일교회(현 담임 김중언목사) 담임, 83년부터 87년까지 미연합감리회 성직국에서 목사발굴양성을 위해 일했다. 87년부터 93년까지 뉴욕연회 커네티컷중부지방 감리사를 역임한 후 93년부터 96년까지 뉴욕 용커스 소재 에스버리연합감리교회를 담임했고 96년 정동제일교회 초청을 받아 한국으로 나가 지금까지 봉직하고 있다.
“현재 정동교회에서 안식년을 받아 목회 42년을 정리하는 책(한·영)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4월 은퇴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은퇴란 없다. 은퇴란 말은 ‘Retire’로 바퀴를 새로 갈아 끼운다는 의미가 있다. 새로 바퀴를 갈아 끼운 다음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은퇴하고 바로 자녀들이 있는 미국에 오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에서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언제가 되든 최선을 다해 더 일할 것”이라는 조목사. 조목사는 부인 전영실(67)사모와의 사이에 IT회사 부사장인 큰아들 에릭(38)과 변호사인 작은 아들 에드윈(34), 미국회사에서 자문역을 담당하고 있는 딸 그레이스(32)를 두고 있고 두 아들에게서 난 손자가 3명 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장24절)는 성구를 가장 좋아한다는 조 목사가 96년 서울로 옮겨 정동제일감리교회 담임이 된 후 발행한 ‘정동제일교회 역사(1885-1997)화보집’ <자유와 빛으로>에 나온 조영준목사의 ‘발행인의 글’을 빌려 창립 122
년된 정동제일교회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정동제일교회의 장구한 역사는 한국감리교회의 역사이며 나아가 한국교회와 이 나라 신문화의 역사이다. 이 역사는 언제나 민족의 중심에서 민족의 아픔과 영광에 동참했다.
본 교회 설립자 아펜젤라 목사에 의해 심어지고 최병헌 목사에 의해 굳게 뿌리내린 정동교회는 배재·이화학당과 함께 교육을 통해 이 땅에 청년문화와 여성해방운동을 일으켰으며 이는 새 시대를 여는 동력으로 애국독립운동의 진원지로 삼일운동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 대한민국 건국의 주춧돌을 마련하게 되었다. 때문에 정동교회 역사는 우리 민족사에 우뚝서 있으며 그 속에는 복음으로 거듭난 메소디스트(감리교인, 규범주의자), 서재필, 윤치호, 이상재, 이승만, 신흥우, 김활란, 홍에스더, 황메례, 하란사, 박에스더 등 민족의 선각자가 있었고 이들을 뒤에서 신심으로 기도하고 지도한 최병헌, 노병선, 현순, 손정도, 이필주, 김종우 목사가 있었다.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거울이라고 했다. 사진을 통해 투명하게 살아서 우리를 향해 보고 있는 지난날 우리 정동의 역사를 거울삼아 새로운 21세기 영성회복을 통해 이 나라와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민족교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나아가자”(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 조영준).
<김명욱 기자> myong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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