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태목사(뉴욕신학교·NYTS 명예교수)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았는데, 밤에 자고 낮에 깨고 하는 동안에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땅은 열매를 저절로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싹을 내고, 그 다음에는 이삭을 내고, 또 그 다음에는 이삭의 알찬 낟알을 낸다.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댄다. 추수 때가 왔기 때문이다(마가4:26-29).”
이 비유는 마가복음에만 나오는데, 필시 “씨 뿌리는 자의 비유”의 속편 또는 보조역이리라. 좋은 땅에 떨어진 좋은 씨의 성장사(成長史)를 완결하려는 뜻이 여기에 있다. 하나님 나라의 신비는 씨 뿌리는 자의 작업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뜻(통치)이 실현되는 곳을 의미한다. 이 거대한 사업이 어찌 하루아침에 완성되겠는가?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이미 창발(씨로써)되었다. 예수님의 오심에서 출발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1.인간의 무력을 암시한다. 농부가 씨를 자라게 못할 뿐 아니라 어떻게 자라는지도 모른다. 생명의 비밀은 씨 속에 있으니 사람은 그것을 모른다. 사람은 발견, 발명, 발전은 시킬 수 있으나 정직한 의미에서 ‘창조’는 하지 못한다. 2.씨는 자연의 원칙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열매를 맺는다. 땅속에 숨겨진 힘과 성장의 신비 앞에 우리는 설 수밖에 없다. 땅이 열매를 ‘저절로’ 맺게 한다고 할 때, 그 ‘저절로’라는 그리스 말은 ‘우토마테(automate)’인데 여기서 영어의 ‘자동적(automatic)’이라는 말
이 나왔다. 성장의 신비 속에서 씨는 자라고 사람은 은혜 안에서 자라난다. 배드로후서 3장18절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스도 예수의 은혜 안에서, 그리고 그 분을 아는 지식 안에서 여러분이 자라나기를 빕니다.” 3.추수할 때가 온다. “열매가 익으면 낫을 댄다. 추수 때가 왔기 때문이
다.” 이 비유의 정점이다. 심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또 심판이란 과연 무엇일까? 한 가지 중요한 심판의 표준이 있다. “너는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너는 무엇이 되었느냐?”다. 업적과 능률을 하나님처럼 숭상하는 현대는 이 심판의 기준에 눈을 돌려야 한다. 교회에 실망하고, 세상에 실망하고, 사람을 원망하다가 마지막 날을 맞을 수는 없다. 성장의 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하여 꾸준히 상승하는 삶을 살았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나의 삶은 ‘고인 물’이었나, ‘흐르는 물’이었나?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이렇게 창졸간에 추수 때를 맞은 것은 아닐까? 인생은 긴 ‘성장의 과정’이다. 깜짝쇼를 즐기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점진적인 성장의 과정이다. 하룻밤 사이에 어떤 언어를 다 마스터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훌륭한 음악가·수학자가 되었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역사의 연자 맷돌은 느리게 천천히 돌아가지만 인간의 교만, 권력의 횡포를 분쇄하여 가루나 먼지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님 나라의 성원을 크리스천들이라고 한다면, 그 크리스천들은 ‘씨들’이다. 꾸준히 자라나는 씨들이다. 우리는 바울의 의미 있는 고백에 찬동한다. “내가 어릴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내
가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습니다(고전13:11).”
‘아이 어른’도 문제지만 ‘어른 아이’가 큰 문제다. 성장기피, 성장정지, 성장포기는 하늘나라의 적이다. 잠자는 밤에도 자라나고 일하는 낮에도 자라나는 모습으로 천국을 형상화하는 이 비유가 우리의 가슴을 때릴 때, 그 것이 바로 성령의 역사다. 씨는 이미 뿌려졌다. 크리스천이라 불리는 우리 속에 이미 뿌려졌다. 두려운 마음으로 우리의 심령이 ‘좋은 땅’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씨는 은혜 안에서 자라난다. 자라나지 않는 곳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죽음은 경직이요, 생명은 유연이다. 모든 크리스천은 ‘성장의 축복’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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