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등록일이 25일로, 코앞에 다가왔다. 현재 예비 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138명이며, 이들이 본선에 등록하려면 공탁금 5억 원을 내야한다. 각종 변칙과 반칙, 기현상이 기네스북 감이라는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인 김경준 사건 때문에 웬만한 뉴스는 이것에 가리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북풍’은 잠들고 대선의 사나운 광풍이 역설적이다.
지금쯤은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이번 선거의 화두인 ‘경제 살리기’는 어떻게 할 것이며, 보수와 진보, 부자와 가난한 자,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국민화합’을 어떻게 이끌겠는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핵과 경제협력 등 현안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개혁의 청사진은 무엇인지?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할 이런 이슈에는 관심이 없고, 순전히 당선만을 위한 네거티브 선거전, 상대방 비방, 이합집산 등 구태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파행만을 거듭하고 있다.
‘김경준’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뉴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첫 결실인 남북총리회담이다. 서울에서 지난 주말 시작해서 17일에 끝난 한덕수 총리와 북한의 김영일 총리의 회담은 큰 성과를 거두었는데도 불구하고, 김경준 때문에 뉴스밸류가 너무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5년 만에 열린 이번 남북총리회담은 양측이 처음부터 ‘성과’를 보려고 작심한 회담 같았다. 한 총리는 워커힐 호텔에서 다산 정약용의 생가가 있는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실사구시’로 모든 일을 구체적이고 효과 있게 해결하자”고 제안 했다. 이미 개혁 개방의 현장인 베트남을 둘러보고 실용외교 활동을 전개한 바 있는 북한의 김 총리도 표현만 달랐지 화두는 ‘실사구시’였다. 그는 도착성명에서 “아무리 훌륭한 합의도 실천되지 않으면, 빈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회담장에서도 “말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결과가 잘 나와야한다” 라면서 종전과 다른 태도로 회담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총리는 한결같이 지난달 평양서 열린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실천단계로 옮기자고 의기투합 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민 76.7%, 전문가 91%가 성과를 거두었다는 견해를 피력했으며, 노무현 정권의 최대 업적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 모르는 정상회담 이라고는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1차 정상회담처럼 합의사항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뜻이다.
북측의 태도는 항상 예측을 불허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해왔으나, 그래도 이번에는 무엇인가 기대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일 총리를 비롯해 44명의 방문단이 평양에서 왔는데, 한 수행원은 “회담은 성과를 내자고 하는 것이지, 싸우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기대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말처럼 들렸다.
결국 남북총리회담은 8조 49항의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행’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핵심 합의 의제인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추진 하기로 합의 했다. 내달 해주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현지조사 실시,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를 위한 통행 통신 통관, 소위 ‘3통’ 문제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또 내년 중, 해주 경제특구 착공, 해주항 개축착수, 한강하구 골재 채취 등 5개 세부 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걸린 평화수역설정, 공동어로를 내년 상반기에 시작하기로 했다. 금년 안에 시작하는 사업만 8개 이고, 내년 1일부터 문산과 개성 봉동역의 철도화물수송, 금강산 면회소 쌍방 사무국 준공식을 갖기로 했다. 총리회담과 별도로 대우 조선은 조선 사업을 검토하기위한 방문단을 북한에 보내며,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나 내년 5월부터 백두산 관광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어느 보수언론이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너무 과식해 체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문제는 400억-600억 달러가 든다는 남측의 돈과, 북한의 군사적 보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퍼준다’고 야단인데, 이 막대한 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지 걱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자본의 동원과 결과로 얻어 질 경제효과를 계산하면 남북 상생의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분석대로, 통일의 4단계인 1,평화 2,연합 3,연방 4,통일 중에서, 통일은 이미 낮은 단계의 연합인 2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공감을 갖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정상회담이지만, 통일 안보 국방 외교 문제만큼은 정파를 초월한 실사구시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남북은 작년 북핵 위기로부터, 올해 대화를 통해 더불어 한반도의 원대한 미래를 열었다는 점에서, 내년 차기 정권의 담당자가 누가 되든지, 올해 거둔 성과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은 올해 안에 국방장관 회담 등 14차례나 각종 남북회담을 열 계획이다. 초스피드를 내고 있는 남북회담이 속도를 잘 조정해서 체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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