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건목사(가득교회·뉴저지)
교회력이 새로 시작하는 대강절(Advent)기간이다. 구세주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성탄절 전까지 한 달간 ‘기다리는 절기’이다. 이때가 되면 초대교회 기독교인들 이야기 가운데서 신앙 전통의 일맥을 이룬 여성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순결한 여인들(The Virgins)로 자신을 드렸던 여인들 이야기이다.‘순결한 여인들’이란 결혼 적령기 전까지 믿음의 주인 그리스도를 위해 말씀묵상과 기도에 전념하며 자신의 삶을 순종과 순결함의 기치로 드렸던 여인들이다. 이들 중에는 평생을 ‘순결한 여인들’로 살았던 이들도 있었다.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여인들, 마리아가 구세주를 잉태할 때 보여준 순종을 뒤따르며 구약의 이브의 불순종을 되돌리는 삶은 사는 것이라 생각하였던 여인들이기에 ‘두 번째 이브’라 불리기도 하였다. 이들에게 순결이란 온전한 열정으로 주를 향하는 마음이었다.
우리 현대인들에게 고대세계의 ‘순결한 여인들’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여유 없이 짜여진 하루하루 생활, 분주한 마음에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 마음에도 순수한 기대감이란 것이 아직 살아있는지, 단순한 마음으로 순전하게 희망을 바라보고자 하는 여유가 여전히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 오늘도 효용성, 실용성이란 명목에 따라서만 사는 인생은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리차드 포스터가 영적인 삶은 ‘단순함’을 회복하는데서 시작된다고 한 말을 기억하면서, 기다림의 풍요함에 대하여 묵상해 본다.
초대 기독교인들은 주님께만 향한 마음의 영적 권위를 크게 인정하였던 것 같다. 고대시대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영적 권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남성지도자들을 지도하는 위치에도 있었던 경우가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4-5세기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교리가 확정되지 못하였을 때 교회 감독들이 에베소라는 도시에 모여서 회의를 하였다. 이 때 ‘순결한 여인들’이 그 도시에 몰려와 횃불을 들고 바른 교리를 위한 시위를 하였다.
회의에 모인 감독들은 이 여인들의 권위가 무시할 수 없었다. 5세기에 닛사 지방출신 그레고리라는 교회 감독이 쓴 ‘영혼과 부활에 관하여’라는 글에는 그의 누나인 마크리나라는 여성이 저자인 그레고리 감독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나온다. 누나가 동생을 가르친다고 뭐 그리 놀랄 일인가 생각하겠지만 그레고리는 ‘삼위일체의 하나님 교리’(하나님·하나님의 아들·성령이 한 분이라는 교리)를 정립한 감독들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위대한 교회의 학자이며 영적지도자였던 그레고리를 가르치는 스승을 마크리나로 하였으니 이 글을 읽는 당시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마크리나가 여성이었지만 스승의 권위를 가진 것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순결한 여인’으로 드려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초대기독교인들이 ‘순결한 여인들’의 이야기는 구주만을 바라보려는 순결한 마음의 가치를 인정했던 고대 사회의 신앙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 오히려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세계를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단순한 마음’, ‘한결같은 마음’, ‘순수한 마음’, ‘한 가지만 바라보는 마음’, 나아가 ‘구세주 탄생을 기대감으로 보려는 마음’, 이런 순수한 마음에는 고귀함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삶에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신앙의 세계에 눈을 돌려 마음에 기대감을 회복하는 기간을 가져봄은 어떻겠는가? 대강 절기에 참으로 ‘신의 희망의 도래’에 대해 묵상해보면 어떻겠는가? 초대교회 여인들이 고대세계의 시대적 제약을 순결한 열정으로 넘어섰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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