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기에 속고속아 돈 잃고 사람 잃고...
7년만에 돌아갑니다
미국가면 한인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믿고 싶지 않았는데…
자녀들이 보다 나은 교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뉴욕으로 온 한인가정이 끊이지 않는 이민사기의 덫에 걸려 고국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그것도 다시는 한인들을 믿지 않겠다는 비애를 가슴에 품고서.
주재원 비자(L비자)로 가족 모두를 데리고 뉴욕에 온 K씨가 7년 만에 고국으로 역 이주를 결심했다. 지난 2001년 K씨는 공직생활을 하다 은퇴를 17년 앞두고 사표를 던진 뒤 아내와 초등학교 4, 5학년의 두 아들과 뉴욕으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당시 미국정보는 없었지만 주위에서 건네던 ‘미국가면 조심하라’는 말은 이민생활하면 한인들끼리 더 위해주며 살겠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묻어 버리고 뉴욕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생활을 시작한 K씨는 비록 힘든 타국생활이었지만 가족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K씨가 대학진학을 앞둔 큰 아들을 위해 어떡해서든 빨리 영주권을 따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불행을 초래하는 신호탄이 됐다.그는 주재원 비자(L)를 투자이민비자(E-2)로 바꾸려고 맨하탄 유대인변호사에게 일을 맡겼지만 사무장이 일을 처리하지 않아 수수료만 날리고 말았다. 다행히 투자이민신청 만료기간이 2개월 정도 남아, 플러싱에 있는 한인이민변호사를 찾아가 투자이민 연장신청을 냈지만 그 마저도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연장신청은 거절됐다.
그 후 급한 마음에 비즈니스를 하는 아내가 채용한 한인 직원으로부터 믿을 수 있다는 영주권 브로커를 만났다. 이탈리아계 남편을 둔 한인여성브로커는 고급 동네에서 200만 달러 정도의 자신의 집에서 살며 네일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영주권 신청을 믿고 맡겼다. 무엇보다 K씨는 그녀를 통해 영주권 신청을 한 가정이 자신의 가정 외에도 6가정이 더 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이민브로커를 통한 영주권 신청은 오히려 K씨에게 더 큰 불행을 안겨다 주었다.
영주권 신청 후 지문을 찍으라는 통보를 받고 이민국가서 지문을 찍은 후 두 달 만에 이민 사기가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7가정의 남성 모두 플러싱 유명 모 한인 식당에서 스폰서를 받았던 사람의 서류를 위조해 한국 전통음식 요리사로 영주권이 신청됐던 것이었다. K씨는 이민브로커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했던 7가정 중 한 가정은 7만 달러를 뜯겼고 다른 가정은 남자가 화병이 나서 가정마저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또 다른 한 가정으로부터 브로커를 찾아가 ‘돈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다가 ‘영주권도 들어가지 않은 사람이 뭔 말이 그리 많으냐. 죽여 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처럼 K씨는 조급한 마음에 이민브로커를 통해 영주권 신청을 했다가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봐야만 했다. 무엇보다 주식회사를 갖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세금도 잘 내는 아내가 요즘 법원에 불려 다니고 있어,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이민브로커가 영주권 신청 서류에 아내가 캘리포니아 미용실 스폰
서를 받는다고 적어 놓아, 서류위조가 들어 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K씨는 영주권 신청에 대한 꿈은 접지 않았다. 그는 투자이민비자가
거절됐으니 특기자 비자로라도 해 보겠다는 한인 합동법률회사에 영주권 신청을 의뢰했다가 수수료 1만5,000달러만 날리고 말았다. 금방 될 것처럼 얘기했던 변호사가 뒤 늦게 할 수 없다는 말에 또 다시 뒤통수를 맞았다.
이제 K씨는 이제는 한국으로 들어가도 된다. 먹고 살 준비도 돼 있고 자식교육은 한국에서 시켜도 된다. 비록 영주권을 빨리 받으려고 서두르기는 했지만 한인사회가 이렇게 배타적이고 이율배반적 일줄 몰랐다. 한인들 만나기가 겁난다고 말한다.결국 K씨는 이민자의 꿈을 안고 한인들과 서로 도우며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영주권 빨리 받으려는 조급한 마음에 물불을 안 가리고 서두르다가 한인들에 의해 불법체류신분이 됐고, 아내와 아이들은 법원에 불러 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윤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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