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한이, 민국씨’의 민국 역
바보 두 명을 내세운 영화. 공형진과 최성국이 주연이라면 포복절도하는 코미디 영화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영화 ‘대한이, 민국씨’(감독 최진원, 제작 퍼니필름)는 물론 웃기지만 그렇다고 억지스러운 상황이 주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결코 아니다.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두 남자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고, 행복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한다. 자신들은 그게 억지로 애쓰는 ‘노력’이 아닌 그저 생활이지만.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믿는 대한이와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민국 역을 맡은 공형진은 남들보다 약간 모자란 지능을 가졌다는 게 불편하지만 결코 불행하지는 않은 사람들이라고 운을 뗐다.
행복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있고, 거기까지 오기에 아픔도 있었을 테고, 그건 정상인이든 바보라고 불리는 사람이든 별다르지 않을 겁니다. 관객이 그것만 알아준다고 해도 이 영화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어려서부터 좋아한 지은(최정원 분)과 결혼하기 위해 군대를 가려는 대한과 좋아하는 미역 대신 김을 좋아하는 대한을 따라 이름도 ‘미역민국’이 아닌 ‘김민국’으로 지은 민국, 두 남자의 세상과의 소통을 담았다.
이들이 세상과, 사람과 만나 관계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진부하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자신을 때린 형사에게 반항도 하고, ‘아는 사람 있으면 고소가 쉽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 형사를 찾아가 고소장을 접수한다. 아이들처럼 택시 기사, 권투선수 등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군대에 가기 위해 한밤중에 군대에 잠입하고, 대한이를 걱정하며 민국은 김을 싸들고 면회를 가기도 한다.
민국이가 대단히 해맑고 귀여워 보였으면 했어요.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데 그게 결코 밉지 않은, 잘 웃는 애요. 혼날 때나 궁지에 몰렸을 때 하는 행동이 애처럼 보였으면 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동심일 수도 있으니까요.
최성국과 공형진은 코믹 연기로 대중에게 각인됐지만 그 웃음의 색깔은 전혀 다르다. 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
웃음에 관한 코드가 달랐던 것을 둘 다 알고 있었습니다. 성국이가 처음부터 캐릭터를 잘 잡았어요. 대한이를 표정이 없는 애로 설정했죠. 잘 웃는 민국이와 대비가 확 됩니다.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튀는 연기를 주로 했던 성국이가 오버하지 않도록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국이도 무슨 말인지 알고 잘 조절했어요.
대한이와 지은이의 멜로 라인도 있지만 영화는 대한이와 민국이, 거기에 지은이까지 세 명의 우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관객은 웃지만 배우는 진지해야 하는 게 코미디 영화의 출발점. 공형진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순수한 동심을 표현한다.
결국 소통에 관한 영화예요. 모르면 오해가 생기지만 알면 이해하잖아요.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한 정서적 이해가 생기면 많은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어수룩한 두 남자를 보면서 관객이 ‘나는 저들보다 나은 입장인데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저들도 저렇게 행복하려고 애쓰는데 난 더 나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만 할 수 있어도 또 새로운 소통이 된 거죠. 우리 영화가 ‘바보처럼 살자’고 말하는영화는 아니잖아요.
지난해 여름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서 2인자의 고민을 말했던 그는 여전히 그 숙제를 안고 산다.
여전히 연기에 갈증을 느낍니다. 정말 저랑 딱 맞는, 제 장점을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꾸준히 하면서 제가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있긴 한데…. 영화로 시작했으니까 영화에서 인정받고 싶습니다.
진인사대천명. 언젠간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그의 장점을 알아주는 작품이 분명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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