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중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

북한 정대세(왼쪽)는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연합>

LA 시간으로 20일 새벽 격돌

<연합> 다시 살아난 ‘축구천재’ 박주영(22·FC서울)과 거침없는 ‘북한의 에이스’ 정대세(24·가와사키)가 맞붙는다.
남북 축구대표팀은 20일 LA 시간으로 새벽 4시45분(같은 날 한국시간 오후 9시45분)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릴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충돌한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한 조에 속해 ‘월드컵 전초전’인 셈인 이번 경기에서 그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남북의 최전방 공격수인 박주영과 정대세의 활약이다.
박주영과 정대세는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나란히 골 맛을 봤다. 박주영은 지난 17일 중국을 3-2로 제친 1차전에서 두 골을 뽑았고, 정대세는 이어 열린 일본전 1-1 무승부에서 선제골을 터트렸다.
박주영은 독일월드컵을 앞둔 2006년 3월1일 앙골라와 친선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오랜만에 A매치에서 득점포를 날린 것.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4-0 승)에서 2도움을 올리며 부활을 예고한 박주영은 결국 그 동안 득점력 빈곤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던 한국 국내파 골잡이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공한증(恐韓症) 타파’를 외치던 중국의 꿈을 깨트리는 결정타가 된 후반 20분 프리킥 동점골은 박주영이 제 기량을 거의 회복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활약 중인 정대세도 첫판부터 참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81㎝, 80㎏의 다부진 체격에 머리까지 짧게 밀어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의 정대세는 현란한 드리블과 빼어난 스피드, 날카로운 슈팅력까지 겸비했다.
특히 등을 지고 돌아서며 상대를 따돌리는 플레이는 일본 수비가 알면서도 번번이 당했다.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이 “볼을 찰 줄 아는 선수”라며 칭찬했다.
일본 아이치현 출생의 정대세는 안영학(수원), 양용기(센다이)와 함께 북한대표팀의 일본 출신 트리오 중 한 명이다. 일본 조선대 체육학부를 졸업하고 2004년 센다이에 입단해 일본 프로축구 무대에 발을 들인 그는 2005년 가와사키로 옮겨 꿈에 그리던 J-리거로 데뷔했다.
2006년에는 3골 밖에 넣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엔 24경기에서 12골을 뽑아냈고, 지난해 6월 마카오에서 열린 이번 대회 예선 3경기에서는 8골을 몰아쳐 득점상까지 받았다.
박주영은 2005년 8월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한국 3-0 승)에서 풀타임을 뛰며 팀의 세 번째 골까지 넣었던 경력이 있고, 정대세는 허정무 감독이 K-리그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던 지난해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전남 골문에 두 골을 꽂아 넣어 3-0 완승을 이끈 기억이 있다. 정대세의 활약에 허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한편 남북 간 공식 A매치는 2005년 8월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제2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2차전 이후 2년 6개월 만이며 역대 전적에서는 9전 5승3무1패로 한국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