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양측은 ‘사실 확인’(discovery), 즉 재판 전에 양측이 서로 관련 정보를 공식적으로 교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의 하나가 ‘데포지션’(deposition, 선서증언)이다. 데포지션이란 증인이 선서 하에 증언이나 진술을 하는 절차로 보통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되며, 이 증언이나 진술을 녹취한 내용이 나중에 재판에 제출될 수 있다.
데포지션이 진행되는 동안 한 쪽의 변호사가 증인에게 케이스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법정 속기사가 증인의 대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증인측 변호사도 데포지션에 함께 참여해서 증인을 보호한다. 물론 증인측 변호사도 증인에게 미리 데포지션에 대비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증인에게 미리 짜 맞춘 대답을 하도록 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지만, 증인과 함께 서류를 살피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다.
증인이 영어에 능숙치 않을 경우 공인 한국어 통역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때 통역 비용은 데포지션을 요구한 쪽의 변호사가 지불한다.
데포지션이 끝나면 법정 속기사는 질문과 대답을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녹취록으로 작성해 놓는다. 이 녹취록은 추후 법정 재판에서 사용될 수 있으며 만약 증인의 대답이 법정에서의 증언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다. 데포지션은 또한 증인의 증언이 배심원단 앞에서 얼마나 신빙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양측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히 한인들은 데포지션에서 통역을 사용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통역사들은 변호사가 영어로 하는 질문과 한인 증인이 대답하는 말을 단어 하나하나 그대로 옮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어떤 나라 말이든 통역 과정에서 말뜻이 빠뜨려지거나 잘못 전해지는 일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데포지션에서 한국어로 된 증언을 영어로 옮기는 경우는 특히 이런 일이 많이 있을 수 있다.
가상의 예로, 직원과 고용주간 소송에서 한인 증인에게 수퍼바이저와 갈등을 겪은 후 감정이 어떠했나를 질문했을 때 증인이 “죽이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하자. 이 말은 많은 한인들이 화가 치밀었을 때 그냥 튀어나오는 말로 한인들이라면 이 말이 실제 살인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데포지션에서는 이같은 한국어 표현이 글자 그대로 영어로 옮겨지기 때문에 실제 다른 사람을 살해하고 싶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고, 만약 판사가 이같은 한국어의 문맥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증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증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경우 절대로 추측해서 말하면 안 된다. 증인은 반드시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사실만을 답해야 한다.
(213)388-9891
이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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