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미애씨 스튜디오에서 함께 한 한인조각가 김청윤, 김미애, 한용진씨(왼쪽으로 부터)
웨스트체스트 통신(노 려 통신원)
웨스트체스터의 3인 조각가 한용진, 김청윤, 김미경씨
맨하탄 북쪽 교회 웨스트체스터의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각각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루어낸 세 사람의 조각가가 모처럼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1963년에 이미 뉴욕에 자리 잡아 마치 한인예술가들의 대부와도 같은 한용진씨의 어빙톤(Irvington) 자택에 구정을 맞아 찾아간 김청윤씨와 김미경씨와의 만남은 성별과 세대와 공간을 초월한 예술인의 만남이었다.
뉴욕의 아트 전시회장이면 자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한용진, 문미애씨 부부, 두 사람이 떨어진 장면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헌칠한 키의 한용진씨와 눈부신 백발의 문미애씨는 그림과도 같은 한 쌍이었다. 미완성 작품들이 걸린 채 텅 빈 넓은 스튜디오는 물론, 부엌 선반에 겹겹이 쌓여있는 그릇들에 까지 4년 전에 세상을 떠난 문미애씨의 자취가 그대로인 집에 혼자 남은 한용진씨. “온 집안에 꽉 차있던 미애가 자꾸 자꾸 줄어들어 이젠 똘똘 뭉쳐져서 내 몸 속에 꽉 차있어‘라고 그는 말한다. 이번 만남은 김청윤씨의 제안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예술의 선, 후배가 스스럼없이 한 자리에 모인 정겨운 자리가 된 것이다.
1970년대부터 하츠데일(Hartsdale)에 거주해오며 바로 옆 답스훼리(Dobbs Ferry)의 낡은 학교건물 한 방을 스튜디오로 쓰면서 꾸준히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청윤씨는 ‘아주 재미있는 친구’라며 후배조각가 김미경씨를 소개한다. 이 세 조각가의 작품세계는 사람이 서로 다른 만큼이나 각각 다르다. 돌 조각가로 유명한 한용진씨의 작품은 수 만년 물에 깎인 시냇가 돌멩이처럼 매끄럽도록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일이 정으로 돌을 다음어낸 것이고, 김청윤씨는 목공소에서 쌓여있을 듯 한 묵직한 각목들을 연결시켜 사람의 키 정도의 거대한 기호와도 같은 조형물을 제작해 낸다.
“요즘 20대 젊은 작가들이 뉴욕예술의 주류 속에 당당히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 같은 나이든 세대는 뭔가 뒤로 밀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가 마무리 지을 몫이 있겠지요.”라고 말하는 김미경씨는 회화와 조각의 구분 짓지 않은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표현으로 이지적인 작품과 동시에 무척이나 한국적 정서가 베어나는 작품 등으로 폭넓게 자신의 예술을 구사해 내고 있다. 뉴욕시내에 살다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웨스트체스터 북쪽 플레전트빌(Pleasantville)로 옮겨온 후 김미경씨는 학부모의 열성과 함께 여전히 뉴욕의 아트행사에 자주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면서 한용진씨는 ‘부설전’ ‘부설거사’라는 책을 꺼내와 보여주며 산 속이 아니라 속세에서 도를 튼 18세기 한국의 중 부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 세 예술가는 나름대로 경험한 삶과 죽음의 체험 속에서 서로서로의 인생과 예술을 나누어 갖는 것 같았다. 속초에 생기는 조각공원 일로 작년부터 한국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는 한용진씨는 올 3월 환기 미술관에서 열릴 부인 문미애씨의 회고전 등으로 곧 다시 한국으로 떠난다. 70을 넘기고 원로의 대열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청년 같은 한용진씨가 그 커다란 손으로 앞으로 다듬어낼 바위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으로 본다.또한 스튜디오 한 구석에서 잠을 자면서 올해도 묵묵히 작업을 할 김청윤씨와 틴에이저 아들을 둔 수퍼 엄마 김미경씨가 자신이 감당해낼 몫을 지켜내 뉴욕 그것도 웨스트체스트라는 같은 동네에서 동 시대를 살아낸 한인 예술가라는 ‘인연’은 끈끈하게 이어질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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