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유학생이 빈번한 쇼핑, 외식으로 순식간에 용돈이 바닥났다. 이 메일 보다는 손으로 쓴 편지가 용돈 타내기에 호소력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직접 디자인한 용지에 이렇게 써 보냈다.
“아빠 죄송해요. 자동차 개스비와 쌀값이 치솟아 아무리 아껴 써도 생활비가 모자라요. 집안 사정이 뻔한 줄 알지만 송금 좀 부탁 드려요. 추신: 자주 손 벌리는 게 염치 없는짓 같아 편지를 회수하기 위해 우체통으로 뛰어 갔지만 이미 가져가고 없네요. 정말 죄송해요. 편지 보낸 것을 정말 후회해요.”
몇 일 후, “후회 마라. 네 편지 못 받아 보았다”라는 한 줄짜리 답장만 날라왔다.
짤막하게 오고 간 부모와 자녀 사이의 편지였지만 그 안에는 21세기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알 고어 전 부통령 연설문을 대필했던 대니얼 핑크는 ‘새로운 생각 (A Whole New Mind)’이라는 책에서 다음세대는 “오른쪽 두뇌가 개발된 인재가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목, 사냥, 농경사회를 지나, 대량생산 산업사회를 거쳐, 최근의 정보시대를 맞은 인류는 점차 창조력과 감성을 중시하는 ‘개념시대 (conceptual era)’로 향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조건도 달라져, 다음 세대에는 논리와 수리에 밝고 정보처리 능력이 뛰어난 좌뇌 인재보다는 우뇌 인재가 활개치는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즉,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고, 이야기에 능수능란하며, 타인과 쉽게 공감대를 이루고, 조화 있게 전체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유머스럽고, 인간 활동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뇌 인재가 환영을 받는 이유는 기술발전과 물질적 풍요로 인해 생활이 안정되면서 삶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에서 가치, 의미, 예술적 아름다움 등 문화와 정신적인 것을 찾기 때문이다.
실례로, 소니 회장을 지냈던 노리오 오가는 “소니 상품은 타 회사 것과 성능, 가격, 기능은 비슷하지만 디자인이 색다르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엔지니어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3M 회사는 임원들에게 이야기하는 법을 강의하고, 콜럼비아 의대는 이야기 치료 세미나를 의대 2년 차 학생들에게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위의 편지는 손수 디자인한 편지지, 우체통으로 뛰어간 이야기, 집안 사정을 이해한다는 공감대, 쇼핑을 통해 훈련된 종합적 관찰력, 익살스러운 표현 등으로 차세대 인재 조건을 골고루 갖춘 오른쪽 뇌가 잘 개발된 유학생의 밝은 장래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왕 포드는 산업사회, 빌 게이츠는 정보시대, 스티븐 스필버그는 감성과 개념시대의 대표적 인물이라 할수 있다.
스필버그 같은 우뇌 인재를 점수로 측정할 수 있을까? 좌뇌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잘 나가는 학생은 문자와 기호를 논리적으로 조직, 분석할 수 있는 학생이다.
이들은 경시대회에서 입상하고, 표준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오늘 당장은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엔센이 내다본 것처럼 다음세대는 “문자와 정보의존 시대를 지나 시청각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차세대를 주도할 인재는 지금까지 과소평가 되어왔던 우뇌가 뛰어난 학생이 될 수 있다.
그는 표준화 된 생각보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괴짜이거나, 골방에서 혼자 소설, 영화, 그림에 빠져있거나, 멍하고 하늘을 쳐다보고 몽상에 빠져, 누구도 예측 못했던, “설마…네가?”라는 말을 듣는 학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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