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진 목사 (미주 크리스천 문인 협회원)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별 소리 다 듣겠다. 기도는 아무렇게나 하면 되지, 거창하게 고전성을 운운하느냐”고 힐난할 분이 있을지 모른다.
기도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꼭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도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거의 다 자기 욕심 메우기에 급급할 뿐 그 욕심이 하나님의 뜻과 일치되는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많은 분들이“나는 열심히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외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가 이루어지는 기도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안 했기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면 TV나 라디오를 들으려고 스위치를 켰으나 채널과 주파수를 맞추지 않아 잡음만 들리는 경우와 같다. 이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분명히 스위치를 켰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TV와 라디오를 나무란다. 잘못이 본인에게 있는 것이지 기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내 기도는 간구 하기가 무섭게 이루어진다”며 자기 기도에 자부심까지 갖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주위 사람에게 “내게로 와서 기도를 받으라”고 강권한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전기가 빠르다는 말을 듣고 전신주에 올라가 먼 도시에 유학간 아들에게 보낼 옷 보따리를 매달고 내려왔다.잠시 후 다시 와보니 그 옷 보따리가 없어졌다. “전기가 빠르긴 빠르구먼…”하고 감탄했지만 사실은 그 옷 보따리는 도둑이 훔쳐갔다.
기도가 이루어지고 안 이루어지고는 내편에 속한 권한이 아니라 하나님편의 영역에 속한 권한이다. 기도를 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을 두고 무엇 때문에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이루어졌다면 큰일 날 뻔한 기도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한다.
해방직후 필자의 가정이 북한에서 숙청 당해 월남했다. 당시 우리가정의 기도제목은 숙청 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도응답을 받기는커녕 제일 먼저 숙청 당했다.
그때 온 가족이 하나님을 얼마나 원망하고 저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되려 생명을 건지게 됐지 않은가! 우리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뜻은 도리어 숙청을 통해 우리 가족을 구원하려는 것이었음을 월남 후에야 알게 됐다.
기도는 반드시 하나님의 뜻과 일치돼야 한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리다”고 하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그의 뜻대로 구하는 것’을 기도의 고전성(古典性)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루어져도 하나님께서 해주신 것이요, 안 해줘도 안 해 주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으로 믿고 매사의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마음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우리 마음이 우리를 책망할 것이 없으면 무엇이든지 구하는 바를 그에게서 받는다”(요한1, 3:21)고 했다. 참으로 간구하는 자는 받을 것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받아서 감당해야 할 그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참 기도는 기도의 원어인 푸로스유고마이 (προσευκομαι)에 함축 돼 있다. 이 낱말은 하나님의 소원에 대해 간구하라는 뜻이지, 자기 욕심의 충족만을 위해 기도할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소원이 자기 소원이 되도록 간구하는 것이 참된 기도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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