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러행위로 인한 피해 40년만에 보상
미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호’(USS Pueblo)가 1968년 1월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됨에 따라 북한군에게 잡혀 약 11개월간 북한에 억류된 뒤 풀려난 미국인 승무원들이 사건 발생 40년 만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제기한 9,700만달러 상당 손해배상 소송(06CV00749)에서 승소했다.
이는 미국인이 북한의 ‘테러행위’(terrorist act)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미 연방법원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첫 사례로 법적 판례를 남기는 사건이기에 주목된다.
더욱이 이번 소송은 고소인들이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어서 법원이 북한 정부가 고소인들에게 배상해야 할 최종 판결액을 얼마로 책정할지 역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실제로 연방법원은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명한 국가들의 ‘테러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이란, 쿠바 등 관련 정부와 리비아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들을 재판한 결과, 2008년 현재 이미 고소인측의 손을 들어 총 185억달러에 달하는 손배액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 연방 콜럼비아 지구(워싱턴 D.C.) 지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법원은 윌리암 토마스 매시(Willian Thomas Massie), 더니 리차드 턱(Dunnie Richard Tuck), 도날드 레이몬드 맥클라렌(Donald Raymond McClarren), 로스 부셔(Rose Bucher)가 2006년 4월24일 북한 정부(Government of DPRK)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2008년 4월21일 북한측의 재판 ‘궐석’(Default)을 인정했다.따라서 고소인들은 4월21일~22일 이틀간 법원에서 북한측이 결석한 상태로 열린 손배액 심의 재판을 근거로 법원이 고소인 1인당 각각 2,435만달러 상당의 배상 판결을 내리는 ‘(법정) 사실인정안’(Proposed Findings of Fact)을 6월16일 판사에게 제출했으며 20일 현재 북한 정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손배액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고소인 매시는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군에 잡힌 미 해군 상병이었고 턱은 ‘푸에블로호에 탑승해 있던 2명의 미국 민간인 해양학자 중 1명, 맥클라렌은 해군 병장이었다.로즈 부셔는 ‘푸에블로호’ 함장 로이드 부셔(Lloyd Bucher) 중령의 미망인으로 2004년 1월27일 미국에서 사망한 남편의 유산 대표자이자 생전 부인으로서 소송에 동참한 것이다.고소인측은 소장에서 1968년 1월23일 ‘푸에블로호’가 나포돼 북한으로 끌려간 부셔 함장, 맥클라렌 병장, 메시 상병 등 미군과 민간인 턱이 북한과 미국정부간의 협상결과 같은 해 12월23일 풀려날 때까지 감금된 상태에서 극심한 폭행과 육체적, 정신적 고문을 당했고 감금 11개월간 겪은 고통과 그 후 신체적 불구 및 정신병 후유증으로 29년간 겪은 고통에 대해 북한 정부
에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정부는 2006년 8월31일 고소인측으로부터 영문과 한글로 번역된 소장을 국제우편(DHL)으로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소인 입장 및 답변’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으며 법원은 고소인측의 ‘가처분 신청’, ‘재판일정조율심의 신청’, ‘개정고소장 제출’ 등 소송 관련 법률적 절차를 모두 밟고 고소장이 처음 접수된 후 1년10개월이 지난 올해 4월21일 이번 소송에 대한 북한의 ‘궐석’을 인정한 것이다. 고소인들은 북한의 ‘궐석’에 따라 이틀간 열린 손배액 심의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북한의 ▲고문, ▲폭행, ▲부정한 감금, ▲고의적인 정신적 고통 가해, ▲배상금 손실 초래 등 5개 법률위반 행위를 입증하는 증거와 진술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이미 판결을 내린 다른 테러지원국 대상 손배소송들의 판례를 들어 북한 정부가 고소인 각각에게 감금 1일당 1만달러씩을 계산해
335일 감금기간 피해에 대해 335만달러를, 감금 후 29년간의 피해에 대해 고소인 각각에게 2,100만달러씩을 지불토록 명령할 것을 판사에게 요청했다.
고소인들이 손배액 심의 재판 결과를 요약, 법원에 제출한 49 페이지 분량의 ‘(법정) 사실인정안’에서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순간을 시작으로 고소인들이 겪은 11개월 감금생활과 북한에서 풀려난 뒤 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고된 생활이 상세히 기록했으며 특히 감금생활 당시 총대, 의자, 몽둥이, 혁대 등으로 실신 상태에 빠질 때까지 당한 구타 사례들과 각종 수법이 동원된 육체적 고문, 모의 총살을 비롯한 정신적 고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묘사, 역사적 기록으로 남겼다.
그 내용에는 특히 고소인들이 2차례에 걸쳐 ‘남한인 간첩’에 대한 고문을 목격토록 강요당한 사례가 기록돼 있는데 부셔 함장이 ‘북한 영해 침범 시인 자백서’에 서명한 동기를 회고한 부분은 ‘북한 관리가 고문을 당해 머리가 부어터져 한쪽 눈알이 눈구멍에서 튀어나와 얼굴에 매달려 있고 부러진 뼈가 살가죽 곳곳을 찢고나와 있는 상태로 양손이 벽에 묶여 매달려 있는 ‘비협조적 남한인’을 보여준 뒤 감금된 미국인들을 어린 나이순을 시작으로 한명씩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북한측이 실제로 그 같은 위협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섰기 때문‘이라고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법원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정) 사실인정안’을 검토해 언제 북한 정부를 상대로 최종 손배액 판결을 내릴지는 20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법원의 손배액 판결이 내려지면 고소인측은 일단 미국이 동결한 미국내 북한 자산에 저당을 걸어 판결문 내용을 집행 할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미 재무부 기록에 따르면 2007년 현재 미국이 동결한 미국내 북한 자산은 총 3,170만달러 상당이다.또 이번 사건은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는 노력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불투명하다.북한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인들의 법정 소송이 잇달아 제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푸에블로호’ 사건 이외에도 미 연방법원에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 카멜로 칼드론 몰리나의 유족 9명과 파블로 티라도 아얄라 부부가 1972년 5월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에서 90여명 사상자가 발생한 일본 적군파(JRA)의 무장 공격 테러 사건을 북한이 배후에서 지원했음을 주장하며 북한과 북한 내무성 정보국(국가안전보위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현재 계류 중이다.<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1968년 1월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군에 나포된 ‘푸에블로호’의 승무원들. (사진출처=한겨레)
1968년 1월23일 정오 북한 원산 앞 바다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던 미 해군 최신예 전자첩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이 동원한 구잠함 1척, 해안 경비함 3척, 미그기 2대에 의해 나포됐다.당시 ‘푸에블로호’에는 미 해군과 국가안보국(NSA) 요원, 민간인 해양학자 2명 등 총 83명이 승선하고 있었으며 나포 과정에서 사망한 미 해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2명 전원은 북한으로 끌려가 억류됐다.
북한은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를 침범했음을, 미국은 원산항에서 25마일 지점의 공해상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서로 맞섰으나 결국 미국이 북한 영해 침해에 사과함에 따라 같은 해 12월23일 미국이 생존 승무원 전원과 시체 1구를 판문점에서 넘겨받아 사건은 11개월만에 종결됐다.
북한은 ‘푸에블로호’ 선체와 장비는 미국측에 돌려주지 않았으며 미국은 승무원이 모두 무사히 귀환하자 곧바로 다시 성명을 내 북한 영해를 침범한 사실을 부인, 사과를 철회하고 기존 사과에 대해 ‘감금된 승무원들을 무사히 되돌려 받기 위해서’라고 해명, 2008년 현재까지도 북미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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