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매릴린치 매각
월스트릿의 전설적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증권 그룹 메릴린치 등 초대형 금융기관들이 하루아침에 파산과 합병으로 추락하면서 뉴욕발 ‘금융 쓰나미’ 공포가 전 세계에 몰아쳤다. 각각 158년과 9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월스트릿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리먼과 메릴린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자유자재로 국경을 넘어 영토를 확장하던 ‘금융 제국’의 몰락을 뜻한다는 점에서 대참사라 할만 했다.
정부 구제금융 거부로 인수합병 결국 결렬
담보 확대·펀드 조성 등 후폭풍 차단 부심
■배경
미국의 5대 투자은행 가운데 5위인 베어스턴스가 올해 봄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데 이어 4위인 리먼브러더스가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3위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중에 들어갔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던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이처럼 순식간에 맥없이 무너지는 위기에 처한 근본적 배경에는 미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와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분기 적자가 누적된 데다 주가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리먼브러더스는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집중 투자했다가 올해 초 베어스턴스 사태가 터지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리먼은 올 3·4분기에 158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39억달러의 거액 손실을 기록했는데 결국 모기지 관련 자산의 상각 때문에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리먼은 매분기 손실규모가 커지는 와중에서 우량자산 매각을 주저하다 위기를 증폭시켰고 리먼이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끌어오려는 협상에 실패한 후 불안한 투자자들도 리먼의 주가를 급락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원인
이같이 유례없는 금융 위기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첨단 금융공학의 산물인 파생상품들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지적했다.
월스트릿의 금융기관들이 운영하는 파생상품의 규모가 50조달러로 추산되고 있지만 그 구조나 너무 복잡하고 난해해 금융전문가들조자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이들 상품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대비나 금융당국의 감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월스트릿 금융기관들의 최고경영자들도 지난 10년간 호황기에 떠안은 위험이 어떤 것인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감독기관들도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실해 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파장은
리먼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피인수, AIG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쓰나미’급 참사를 맞음에 따라 FRB를 비롯한 연방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파장 최소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FRB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월스트릿 금융회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의 담보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담보 대상 확대는 민간 금융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기지 부실로 신용위기를 초래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멈추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게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158년 역사 모기지 주력 직격탄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4위 규모의 리먼브러더스는 158년의 역사를 가진 월스트릿의 전설적 투자은행이다. 독일 출신 유대계 이민자 헨리 리먼 3형제가 1850년 미국 남부의 면직물 등을 거래하기 위해 설립한 포목상을 모태로 1958년 뉴욕사무소를 열어 증권인수 업무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 20세기 초에 투자은행으로 발전했다. 1984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인수됐다 94년 다시 독립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현 CEO인 리처드 폴드가 지난 15년간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부문 등을 보강하면서 해외 영업망을 확충,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다른 투자은행들에 비해 모기지 자산이 유독 많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고 결국 청산에 이르게 됐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는… 세계 최대규모… 투자신탁 선두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매각된 메릴린치는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증권사 그룹으로 플로리다 출신 찰스 E. 메릴이 1914년 월스트릿에 사무실을 개설한 게 시초가 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영업을 표방, 매매 수수료를 주요 수입으로 성장했으며 1959년 주식회사로 변신해 증권업계 선두를 질주했고 1969년에는 투자신탁 부문에 진출, 이 분야 최대 업체로 등극하는 등 영업 활동을 다각화해 왔다. 증권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보험, 부동산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증권 중개업에서부터 상품 선물거래, 기업 및 정부 증권 매매대행, 투자금융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파산 신청과 헐값 매각으로 월스트릿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4·5위의 초대형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뉴욕 본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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