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수씨, 학생들 보는 앞에서 휘발유 끼얹고 불 질러
3개월 전 퇴직과 관련 있는 듯
에머트총장 ‘슬픔과 자성의 때’
<속보> 지난 달 30일 워싱턴대학(UW) ‘붉은 광장’에서 많은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실자살을 시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진 남자는 한인 천인수(61)씨로 밝혀져 한인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977년 이민 온 시민권자로 32세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씨는 UW 시설관리부에서 풀타임 청소원으로 일하다 지난 8월말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부인과 이혼한 후 아들과도 왕래가 거의 없었으며 최근까지 UW 근처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었지만 그 동안 거처를 자주 옮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천씨와 함께 청소원으로 일했다는 한 한인은 천씨가 평소 사회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천씨가 같은 청소팀의 동료들과 잘 융화하지 못해 시설관리부내 다른 부서로 옮기도록 인사명령을 받았으나 그 후 출근하지 않아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UW에서 10년째 청소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모씨는 현재 UW에 근무하는 청소원의 20%인 60여명이 한인으로 모두가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천씨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어서 주로 미국인들과 잘 어울린 것 같다고 말했다.
UW 한국학센터의 임영숙 부소장은 한국학센터가 들어있는 톰슨 홀의 청소를 담당했던 천씨는 일을 하며‘고향의 봄’‘한 많은 이 세상…’ 등 애달픈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불렀다고 말했다.
랠프 H. 로빈슨 UW경찰 부국장은 사고당일 오후 1시 천씨가 수잘로 도서관 앞 광장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할 당시는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광장주변에 많은 학생이 모여 있었다며 천씨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자 학생들이 몰려가 옷 등으로 불길을 잡아 그를 구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UW의 놈 아칸스 대변인은 천씨가 대학 시설관리부(Facilities Service)에서 한동안 일해오다 지난 8월 말부로 퇴직했다며 퇴직절차를 밟는 도중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칸스 대변인은 그러나, 천씨가 무슨 사정으로 일하러 나오지 않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회피하고 사인 등에 대한 킹 카운티 검시소의 발표가 나온 후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 에머트 총장은 사건발생 다음날인 31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에서“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라며 “사고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당시의 모습을 마음속에서 지우기 힘들 것”이라고 위로했다.
에머트 총장은 이어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도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게 했는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우리 모두가 서로 반성하고 슬픔을 함께 해야 시간”이라며 애도했다.
아칸스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 받은 학생 10여명이 캠퍼스 카운셀러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고 다음날인 31일 현장인 붉은광장에는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누군가가 놓고 간 꽃다발만 하나 놓여 있었지만 끔찍한 사고가 난 현장이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깨끗이 치워져 평소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김정태기자
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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