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의 실수
　
　
　효녀 심청 이야기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임당수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끝났다고 가정해 보자. 경제적으로 계산했을 때 그녀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명목비용만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살아 남아서 아버지와 함께 누리는 가족의 행복, 그리고 일자리를 얻어서 생기는 소득 같은 암시적 비용, 즉, 경제학자 헨리 헤즐렛이 말한 ‘2차 효과’를 간과했다.
　물론, 길쌈과 삯바느질로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던 심청에게 공양미 삼백 석은 평생 노력해도 얻기 어려운 거액이었기 때문에 임당수를 피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쌀 3백석에 몸이 팔려 죽으러 간다 하니 효성이 지극하다마는, 네가 살아 세상에 있어 하는 것만 같겠느냐? 나와 의논했더라면 진작 주선해 주었지”라고 말한 무릉촌 장승상 댁 부인의 자문을 구하고 좀더 정보수집을 했더라면 자신도 살고 아버지도 광명을 찾는 윈-윈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재정이 튼튼하다고 알려진 브라운, 코넬, 유펜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교수 고용과 건물 증축을 전면 중단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들도 심청처럼 ‘2차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학비가 월등히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립대를 피하고 주립대로 몰리고 있다. UW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입학 문의가 폭주하고, 뉴욕 주립대 빙햄톤은 예년에 비해 이미 50% 이상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돈만 생각하면 주립대 지원이 당연하지만, 교육의 질과 실제비용을 저울질 해볼 때 사립대학을 완전히 포기할 일은 아니다.
　월스트릿저널이 발표한 로 스쿨, 메디컬스쿨, 비즈니스 스쿨 등 전문대학원에 학생을 가장 많이 보낸 (재학생 대비) 50개 대학 중에는 미시간, 플로리다 뉴 칼리지, 버지니아, UC버클리 등 4개 주립대만 리스트에 올랐다.
　고등교육 자료국에 따르면,지난 10년 (1995-2004) 간 박사학위 취득률이 가장 높은 40개 대학 리스트에 주립대는 하나도 끼지 못했다. 학부 학생에게는 최고의 영예로 간주되는 풀브라트 장학금 수혜자를 3명 이상 배출한 70개 대학 중 주립대는10개에 지나지 않는다.
　메디컬스쿨 시험인 MCAT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65개 대학 중 주립대는 UCLA, 버클리, UC 데이비스, UC산타크구즈, 펜실베니아 주립대등 고작 5개밖에 되지 않는다. 4년 내 졸업하는 학생이 80%가 넘는 60개 대학 중 주립대는 버지니아 대학 한곳 뿐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주립대가 반드시 싼 것은 아니다. 졸업 후 안고 있는 평균 빚을 계산하면 라이스, 윌리엄스, 클레어몬 멕키나, 포모나 등 일부 사립대학은 주립대학보다 훨씬 더 적은 빚을 학생에게 지게 한다.
　예를 들면, 라이스 졸업생의 평균 빚이 1만2,000달러인 것에 비해 UC버클리는 1만4,000달러, 포모나가 1만1,000달러인 것에 비해 UC 어바인은 1만4,000달러에 가깝다. 왈라왈라에 소재 위트만 칼리지는 1만6,000달러로 UW $16,000과 같으며, UW 졸업자 평균 빚보다 낮은 사립대는 전국에 25개나 된다.
　당장 눈앞의 명목비용이 저렴하다고 주립대학으로만 몰이지원을 할 일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2차 효과를 직시하는 안목을 키워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가장 적은 비용이 드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아니면, 명목비용만 바라보고 임당수에 뛰어든 심청의 실수가 되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