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탁소
“옷도 안 빨아 입는가 봐요”
안정적 비즈니스 통념 불구 경기불황 파고 못 비켜가
올 들어 매출 30%이상 격감, 순익은 절반 가까이 줄어
시애틀지역에서 거의 20년간 세탁소를 운영해오는 한인 A씨에게 2008년은 악몽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세탁업이 비교적 안정된 비즈니스여서 그 동안 별로 어려움이 없었으나 올 들어 매출이 30%이상 떨어진 데다 연말이 가까울수록 손님의 발길이 더 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지니까 사람들이 옷도 안 빨아 입는 것 같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A씨는 단골 10명 가운데 한 명 정도는 몇 달 전부터 아예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6~7명은 세탁소를 찾는 횟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의 와이셔츠를 보면 몇 일 입었는지 대강 알 수 있는데 요즘은 2~3일 입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와이셔츠 한 장 맡기는데 드는 1.5달러도 아끼려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3만여 개, 워싱턴주에만 5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한인들의 주력업종인 세탁소도 경기불황의 파고를 빗겨나가지 못한 채 시름하고 있다.
매출 감소도 문제지만 지난해부터 화학약품 가격이 오른데다 올 봄에는 연방 상무부가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철제 옷걸이에 반덤핑 판정을 내려 수입가격이 30% 정도 오른 상태다.
때문에 대부분의 세탁소 업주들은 마진이 예년에 비해 많게는 절반 정도까지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타코마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B씨는 “고객이 줄어 지난해부터 가격을 올리지 못했는데 비용까지 늘어나니 월 수익이 3,000달러도 안돼 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B씨는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어 팔려고 생각도 해봤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다 가격도 대폭 내려 팔 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세탁소는 통상 월 매출액의 15~18배에 거래되는데 매출이 30%이상 줄어들어 가격도 그만큼 떨어졌다. 세탁소는 한국인들의 E2비자용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환율이 치솟은데다 불황까지 겹쳐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사실상 매매가 실종된 상태다.
특히, 시골지역의 세탁소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최고 40%이상 매출이 급감했다고 하소연하는 한인업주들이 적지 않다. 일부 세탁소는 늘어나는 재료비와 인건비ㆍ융자금 상환 등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탁소의 불황으로 세탁장비를 판매하는 업소도 1주일에 3일만 문을 열 정도로 영업을 축소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웨스트시애틀에서 17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현 전 시애틀한인회장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며 “한인들이 이 같은 불경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다 보면 다시 경기가 좋아지는 희망의 날도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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