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 둬… 가사를 다 읊고 난 사멘타는 빨개진 얼굴로 빙긋 웃었다. 선생님도 이 비디오를 꼭 보셔야 해요. 그녀는 유튜브 사이트에서 재빨리 비디오 하나를 골라 클릭했다. 잔뜩 멋을 낸 미소년 네 명이 신나게 댄스를 추며 노래했다. 누난 너무 예뻐서… 동방신기예요. 아, 너무 멋있어요! 신이 난 그녀는 또 다른 비디오를 클릭하곤 넋이 빠진 채 그들을 보며 중얼중얼 노래를 따라 했다.
우리 대학은 이번 학기에 이 지역 대학에선 처음으로 한국어를 개설했다. 국문학 석사학위가 있는 연유로 내가 강의를 맡게 되었다. 사멘타는 그 클래스를 듣는 신입생이다. 그녀의 제안으로 학생들이 일주일에 15분씩 나와 개인 연습시간을 갖는데, 모두들 한 번 앉으면 갈 생각을 안 해서 최소한 30분이 되었다. 그녀의 경우엔 1시간 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날도 그녀는 다음 약속 때문에 내가 쫓아내야만 했다. 그럴 때면 싫다고 어리광을 부리며 억지 발걸음을 뗀다. 그녀는 같은 반의 한국 여학생과 친구가 되고 싶지만 먼저 말을 못 붙일 정도로 부끄럼을 탄다. 그래서 한국 문장 몇 개를 나와 연습했으나 부끄러워서 안녕하세요. 저는 사멘타예요 밖에 못했다 한다. 하지만 그 한 마디만으로도 한국 학생은 감동을 받았고 이제 둘은 가깝게 지낸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한국 친구 때문에 한국 문화를 대충 알았지만, 일본 만화영화를 보면서 일본 문화와 일본어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졸업 즈음 우연히 ‘동방신기’ 비디오를 보고 홀딱(?) 반해서 뜻도 모른 채 가사들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후 한국 TV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울기도 한 그녀는 대학 입학 후 한국어 클래스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했다.
한국어 클래스는 인원 부족으로 학과장의 특별승인 아래 12명의 학생으로 시작되었다. 세 명은 일본어를 2년 공부한 동양학 전공 학생들이다. 둘은 한국인 혼혈아, 하나는 남자 친구가 한인 2세 등 반 수가 이미 한국어가 생활과 전공에 관련된 학생들이었다. 나머지 반은 한국 만화, 가수, 드라마를 좋아해서, 아버지가 한국에 근무한 적이 있어서, 미국 문화와 완전히 다른 문화를 배우고 싶어서 등 기호, 호기심 때문에 한국어 클래스를 택했다.
2~3주가 지나자 세 명이 포기했다.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며 공부하는 학생들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공부할 시간이 모자랐던 것이다.
남은 학생들 중 반수 이상은 A학점 받을 것이 확실하다. 보통 3학점인데 비해 한국어는 4학점인 만큼 숙제를 많은 주는데, 파트타임 일도 하는 그들은 매일 한 시간 이상을 요하는 숙제를 빠지지 않고 낸다.
새 문장을 배울 때 학생들이 아,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 하며 반가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멘타가 누구보다 더 그렇다. 그녀의 한인 2세 친구는 이제 그녀로부터 한국어를 배울 정도가 됐다. 나 역시 한국적 문화 배경이 전혀 없는 서양인인 그녀로부터 한국의 유명 아이돌 가수의 노래들을 배우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며칠 전 사멘타가 한 학생을 클래스에 초대했다. 나는 자기 소개를 부탁하면서 내친 김에 사멘타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학생들 모두 깜짝 놀랐다. 그녀도 “제가 어떻게 통역을 해요?” 하며 뒤로 뺐지만 밀어붙였다. 제 이름은 킴이에요. 저도 NKU 대학 학생이에요. 저는 일본어를 공부합니다. 한국말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 과자는 참 맛있어요. 사멘타는 이 말들을 유연하게 통역했다. 그녀는 물론 학생들 모두 자신들이 그 정도의 통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단 10주만에 그렇게 할 수 있었으니.
우리 학교엔 세계 37개국 대학들과의 학점 교환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국도 그 중 하나로, 이들의 꿈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사멘타는 동방신기의 노래를 영역하는 꿈도 꾼다. 물론 내 꿈은 그들의 꿈이 이뤄지길 비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난 그 꿈에 앞서 고심하는 문제가 있다. 어찌해야 한국어 클래스 학생들의 열정, 아니 열병을 내 전공인 전산학 클래스 학생들에게도 옮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김보경
수필가·북켄터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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