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 사상 첫 마이너스
채무조정→소비지출 위축→경기침체 가속화 우려
미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동안 빚을 얻어 흥청망청 소비하던 미국 가계가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빚을 더 이상 얻지 않고 갚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얼핏보면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경제운용 당국의 입장에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시작된 것이다.
가계가 빚을 갚기 시작했다는 것은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있음을 뜻하며, 미국의 경제성장에서 소비지출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11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한 3.4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올해 7-9월 미국의 가계부문 부채잔액은 13조9천100억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0.8% 감소했다.
가계부채 잔액이 감소한 것은 미국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미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5∼2006년 분기별로 두자릿수를 유지해왔으나 작년 1분기에 7.3%에서 3분기 6.1%에 이어 올해 1분기 3.2%, 2분기 0.6%로 둔화된 후 3분기에 마침내 -0.8%로 돌아섰다.
주택모기지를 통한 부채증가율은 이미 2분기에 -0.1%를 기록한 후 3분기에는 -2.4%로 감소폭이 더 커졌으며 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외상구매 증가율은 3분기에 1.2%를 나타내 마이너스로 4분기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10월에 절정에 달했고 이후 11월과 12월에 미국내 주요 금융업체들과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감원을 단행하기 시작했음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의 조정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조정 현상은 궁극적으로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지출의 위축이 수반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의 비중이 절대적인 미국 경제에는 가계가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 경기침체는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이 수년전에 이미 혹독하게 체험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2002년 경기하강을 막고자 신용카드 남발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나선 결과 가계의 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신용불량자가 속출했으며, 그 후유증으로 2004년부터 가계의 부채증가율이 정체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2-3년간 극심한 내수침체가 이어졌다.
한국의 경우 GDP에서 소비보다는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가계의 부채조정에 따른 내수침체의 충격이 미국보다는 덜했지만, 미국은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에 파급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가계부채 조정현상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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