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문다. 지난 365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365일을 계획하기 좋은 365일째 날이다.
인간관계가 됐건, 경제활동이 됐건 간에 왠지 손해 본 것 같은 한해를 보낸 우리로서는 실질적, 심리적 ‘적자’로 가득 찬 대차대조표를 털어버리고, 신년에 맞는 새로운 대차대조표를 준비해야 한다.
2008년은 경제적 측면만 살펴봐도 각기 처한 상황에서 모두 다 힘든 한해였다.
주택가격의 정점에 내집 장만의 꿈을 성취한 첫 주택주들은 융자금보다도 주택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면서,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가슴 졸여야 했다. 바득바득 모은 돈으로 ‘투자’라는 것을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폭락에 따라 거짓말처럼 증발해 버리고 있는 자신의 ‘돈’을 바라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월급이 깎인 가장들은 자식들 학원부터 끊으면서 지난 수년간 상상도 못해봤던 방식으로 생활비용을 축소해 가면서, 경기하강의 씁쓸한 맛을 체감했고, 아예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아득한 심연으로 추락하는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는 롤러코스터였고, 그 위에 올라탄 우리는 누구도 예외 없이 흔들거렸다. 지난 여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원유가격이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40달러 밑으로 떨어졌단 사실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토대 위에서 경제활동을 해왔는지를 반증해 준다.
하지만 이렇게 변동성이 심해진 경제상황에서 잃어버린 것, 아쉬운 것에 계속 집착해서는 새해가 오더라도 심리적인 나락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주기를 짧게 끊어 결산해 나가야 하는 게임처럼 보지 않는다면, 경기 고점을 기준으로 환상에 빠져 영원히 손해본 듯한 아쉬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2009년 대차대조표는 받을 것도, 갚을 것도 없는 ‘Zero Base’로 시작해 꾸려나가야 새로운 희망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
또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2009년에도 얼마간은 지속될 부정적인 수치의 공포에서도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실업률이 어떻건, 국내총생산이 어떻건 그것은 전반적인 경제상태에 대한 진단일 뿐이고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약간의 무모함도 필요하다.
더 이상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속에서도 블루오션을 뚫는 사람이 있고, 엄청난 실업률 속에서도 여전히 기업들은 다양한 인력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5월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투자자가 됐다가 다우존스의 하락폭과 유사한 수준의 손실을 보면서, 투자자로서 ‘가슴이 타들어가다가 패닉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감해 봤다.
투자된 원금 대비 손실된 부분을 어떻게든 되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계속 이런 생각에 매달려서는 결국 제자리에 머물고 말 것이란 것이 2008년을 마무리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모두들 유쾌하지 않았던 2008년에 발목을 잡혀 밸런스 0와 희망으로 시작해야 할 2009년의 대차대조표를 더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해란 희망과 동일어로, 그렇기 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을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부여해 준다.
배형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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