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 대선승리 연설에서 거론한 107세의 흑인 할머니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으나 건강때문에 집에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올해 107살로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앤 쿠퍼 할머니는 지난해 11월4일 밤 오바마가 당선 확정후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녀의 인생역정을 거론하며 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일약 국제적 유명인사가 됐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이 할머니를 거명하면서 그녀는 자동차나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노예제도가 폐지된 뒤 한 세대가 지난 후에 태어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운을 뗀뒤 오늘밤 나는 그녀가 한 세기를 살아오며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풀고 희망, 투쟁 뿐만 아니라 역사의 진보를 보게됐고, 평생 ‘우린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온 게 아니라 그것을 강요하던 사람들에게 `우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쿠퍼 할머니는 오바마 당선인측으로 부터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고 집에서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TV로 장엄한 광경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할머니는 취임식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은데 대해 대규모 행사 특히 군중이 많이 몰리는데 끼이는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노령에다 과거 심장병을 앓기도 했고, 엉덩이 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외출시에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워싱턴까지 여행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는 지난 9일로 107회 생일을 맞아 가족과 친지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생일 파티를 갖기도 했다. 파티에는 매년 할머니에게 팔찌 장식을 선물해온 앤드루 영 전 유엔대사도 참석해 그녀의 장수를 축하했다. 또 일요일인 11일에는 동네 주민들이 참석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녀의 손자인 케네스 매닝은 오바마 당선인이 할머니를 언급한뒤에 자서전을 쓰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크리스마스 직전 에 들른 한 상점에서는 종업원이 사인을 요청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1902년 미국 테네시주 쉘비빌에서 태어난 그녀는 1922년 치과의사인 앨버트 베리 쿠퍼와 결혼한뒤 애틀랜타로 이사해 4자녀를 낳았다. 보험회사 사원으로 잠시 일한 것을 빼곤 가정주부로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흑인 여학생들을 위한 `걸스 클럽’을 창립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에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녀는 1941년 처음으로 유권자로 등록했지만,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심한 분위기 때문에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오다가 1967년 남편이 세상을 뜬 시기에 흑백분리 정책의 폐지를 목격했고, 지난해 10월16일 조기투표에서 오바마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녀는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대해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건 당연히 백인들 차지라고 생각해 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음을 알게됐고, 정말 기쁘게 이를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죽기전에 꼭 할일이 하나 남았는데 바로 흑인 대통령 취임을 보는 것이라며 오는 20일 오바마 취임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조지아주 지방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이 전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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