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전 LA타임스에도 소개되고, 미국내 최대 소매점 평가 웹사이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한인 운영 아이스크림 업소를 소개하려 했으나 업주의 거부로 인터뷰를 하지 못한 적이 있다. 변명 같지만, 면을 메워야 하는 기자의 특성상 인용보도의 형태로 기사를 적고, 사진은 관련 웹사이트에 크레딧을 주고 가져다 실었다.
다음날 그 업주는 전화를 걸어와 영어로 ‘자신의 허가 없이 기사가 나갔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남긴 후 전화를 끊었다. 수치와 분노 등 복잡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시간이 지났고 그를 잊었다.
최근 기사 작성 중 필요에 의해 웹사이트를 확인하다가 그 업소가 여전히 관련분야 부동의 1위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한인 젊은 층을 상대로 발행되는 인기 영문월간지에 그 업소에 대한 소개가 실린 것을 보게 됐다.
당시 그 업주는 취재요청에 대해 단지 ‘하기 싫다’로 답해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 업주가 영문매체만 선택적으로 노출된 점을 감안하면 ‘우린 주류시장만 상대해요’의 마인드가 뿌리 깊게 박힌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요식업계가 됐던, 서비스 업종이 됐던 그럴듯한 규모로 사업을 하는 한인들이 가장 선호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귀에 거슬리는 말을 꼽자면 ‘우리는 주류시장만 공략해요’, ‘우리는 미국인 손님만 상대해요’ 등의 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Korean American)의 입장에서 이런 말들은 대부분의 경우 문법적으로 틀렸을 뿐만 아니라,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고객의 인종 배경이나 상대 업체의 배경이 한인이 아닐 경우 당연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이민자란 사회적 소수자의 지위 속에서 ‘주류’(Main Stream)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자신은 약자로서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마지 않는 ‘그들’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자위적인 표현으로 들릴 때가 많다.
이는 또한 자신이 한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현재의 성장 동력을 마련했더라도 한인 커뮤니티와 그 공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하고 있는 한인들을 수준이 낮다고 깔보는 뉘앙스도 담기어 있다.
물론 커뮤니티의 제약을 벗어나 미국 시장에서 떳떳이 경쟁하며 성장하는 한인 비즈니스 및 업주들에 대해 한인 언론들이 칭찬하기 바빠 ‘주류시장 진출’이란 이름으로 훈장을 달아줘 버릇한 것이 곧 ‘난 다른 열등한 한인 이민자들과는 다르다’는 개념으로 차별화하는 용어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글쟁이’로서 녹을 먹는 기자로서 나 자신이 이런 표현을 밥 먹듯이 써왔기 때문에 먼저 반성할 노릇이다.
타 인종 고객비율이 가장 높아진 대표적인 두 업종인 한식 순두부와 고기집의 선전을 보면 ‘우린 주류시장만 상대해요’의 함정을 발견하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진부한 표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배형직/ 경제부 차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