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권료 인하 요구, 이 대통령 행사장 앞 시위
‘비디오 전쟁’이 터졌다. 그동안 시장 상황의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워싱턴 지역 비디오 대여점 업주들이 각 대여점에 자사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한국의 방송 3사 미주 법인들을 대상으로 전면전에 나섰다. (가칭)워싱턴한인비디오대여점 생존 상인대책위(이하 비디오 대책위)는 16일 각 일간지에 KBS, SBS, MBC 3사의 횡포를 고발하며 판권료(원본료) 인하를 요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어 이들은 이날 저녁,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CEO 초청 간담회가 열린 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를 호소했다.
비디오 대책위는 ‘탄원서’란 제목의 광고와 이날 집회를 통해 “인터넷, 케이블 등에서 불법 또는 저가로 프로그램들이 방송되면서 기존 한인 비디오 대여점들은 많게는 50%까지 매출이 줄어들었다”면서 “그런데도 방송사들은 예전 총판들이 받던 판권료를 그대로 받으면서 영세 상인들의 판권료 인하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불법매장이라 고소, 고발하겠다고 위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권료는 KBS, MBC, SBS의 미주 법인이 복사용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원본에 각 대여점들이 내는 비용. 지역과 업소마다 차이는 있으나 한 대여점이 각 방송국마다 매월 1천5백 달러에서 많게는 2천5백 달러까지 내고 있어 큰 부담이 돼왔다. 특히 LA나 뉴욕 등지에서는 프로그램 1개당 판권료가 150달러 수준이나 워싱턴만 200-400달러까지 받아와 원성을 사왔다.
비디오 대책위는 “일부 영세 대여점은 수십만 달러를 들여 가게를 차리거나 인수했지만 최근의 경기한파와 인터넷 등에서 자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의 불법 방송으로 다음 날 임대료와 판권료를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실제 많은 가게들이 최근 문을 닫으며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정”이라고 절박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이들에 따르면 그동안 워싱턴 지역에서는 40여개 업소가 영업해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경영 수지 악화로 10여개 업소가 문을 닫는 등 연쇄 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비디오 대책위가 특히 문제를 삼는 방송사는 ‘KBS 아메리카’. 이들은 “공영방송인 KBS가 미주동포들을 대상으로 잇속만 차리고 있다”며 “어떻게 민영방송사인 MBC, SBS와 함께 (대여점) 고소, 고발의 공동 원고로 참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KBS 등 방송 3사는 최근 판권료 문제 등으로 메릴랜드 소재 하나 비디오점을 당국에 고발, 문을 닫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
비디오 대책위는 방송 3사가 판권료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 법원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담합을 금지하고 있으나 방송사들은 이를 어기고 공동으로 대여점 죽이기에 나섰으며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인기 프로그램 테이프에 끼워 넣기, 방송 광고비 독식 등 탈법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기에 연방 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주지역에서는 비디오 판권료 문제 등을 놓고 대여점들의 불만이 누적됨에 따라 LA와 뉴욕에서는 KBS 비디오 테이프 취급 거부 등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워싱턴에서도 수차례 방송 3사를 대상으로 한 항의와 집단행동이 있었으나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비디오 대책위가 이날 저녁 6시30분부터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앞에서 가진 시위에는 10여명이 참석, 판권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방송 3사의 횡포로 한인 비디오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판권료 인하 ▲인터넷 상에서의 불법 프로그램 방송 중단 ▲영세상인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 위협의 중단 ▲하나 비디오 대여점의 즉각적인 복귀 등 4개항을 주문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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