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3사 막대한 수입에도 과다 징수” 불만 폭발
‘비디오 전쟁’ 무엇이 문제인가 ?
비디오 대여점 업주들의 분노가 심상찮다. 신문에 광고를 내고 방송 3사에 직격탄을 쏴대더니 드디어는 거리로 나섰다. 그것도 방미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코앞에서다. KBS, SBS, MBC 등 한국의 방송 3사 미주법인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한 이들의 들끓는 격정의 뒤안에는 무슨 절박한 사연이 있는 걸까?
비디오 대여점 업주들이 ‘궐기’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판권료 과다 문제다. 방송 3사의 미주법인들은 이들 대여점에 자사의 드라마 등 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소위 판권료(원본료)를 받는다. 프로그램 한편마다의 제공가격은 그야말로 ‘엿 장사 마음대로’다. 워싱턴보다 시장이 큰 LA나 뉴욕의 경우 편당 150달러 선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워싱턴은 200달러가 넘는다. 심지어 어떤 업소들은 400달러대까지 내고 있다. 일정한 기준이 없이 방송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한 대여점이 방송사에 내는 판권료만 한 달에 4천 달러에서 7천 달러까지나 된다.
A 대여점 업주는 “평소 방송사에 미운 털이 박힌 업소는 비싼 판권료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낼 수밖에 없다”며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불평등한 판권료 실태를 고발했다.
또 다른 업주 B씨는 “과거 비디오점이 호황일 때는 비싼 판권료도 감수할 수 있었으나 이제 좋은 시절은 갔다”며 “매년 점포 렌트비는 치솟고 갈수록 시장 환경은 악화되고 있는데 방송국에 내는 판권료는 횡포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고 울분을 감추지 않았다.
대여점들의 원성이 특히 높은 방송사는 KBS 아메리카. 공영방송임에도 타 민영 방송사에 비해 판권료가 더 높게 책정됐다 한다.
둘째는 비디오 공급일보다 앞선 TV 프로그램 방영 문제다.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송되면 보통 2주 후에 한인 비디오 업소에 원본 테이프가 공급된다. 이에 비해 한인 방송사들에는 한국에서 방영한 후 약 4-6주 후에야 방영하게 된다. 비디오 업소를 위해 시차(Hold Black)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규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비디오 업계의 불만이다. C 업주는 “방송사들이 일부 프로그램을 비디오 공급 시점보다 앞서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에 내보내 대여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셋째는 시장환경의 악화다. 24시간 위성방송 보급이 확산되면서 비디오 문화가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는데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 TV에 빼앗기고 있다. 여기다 경기 악화와 렌트비 상승 등 경영 환경 악화도 이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D 업주는 “요새 가게 렌트비를 제대로 못내는 업소가 한둘이 아니다”며 “앞으로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여점 업주들이 거리로 나선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처럼 연쇄 도산 직전 상황임에도 방송 3사는 여전히 횡포에 가까울 정도로 과다한 판권료를 고수하고 있다는 불만이 작용하고 있다.
E 업주는 “워싱턴 지역에 40여개나 되던 업소가 최근 10여개나 잇달아 폐점했다”며 “나머지 비디오점들도 문을 닫을 판인데 한국의 방송사만 미주 동포를 대상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방송 3사 미주법인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3대 방송사들은 미주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디오 사업을 통해 각각 매년 1천만 달러 안팎의 알짜배기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점 업주들의 ‘궐기’를 지켜본 이들은 “곪을 데로 곪은 게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칼자루를 쥔 방송사에 쌓인 대여점들의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대여점 업주들은 앞으로 방송 3사가 판권료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연방 법원 제소 등 강경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으로의 원정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한다.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고국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달래주던 한인들의 비디오 문화가 방송사들의 외면 속에 점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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