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년간 수십명 인터뷰 생생한 증언 기록
남북 이산의 아픔을 품은 채 한 많은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미주 한인 실향민들의 목소리를 한인 청소년들이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지난 5월 영문으로 발간된 ‘Lost Family(잃어버린 가족.사진)’. 토마스제퍼슨과학고, 제임스 매디슨고에 재학 중인 9명의 학생들이 지난해 봄부터 일년간 수십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직접 인터뷰해 땀과 눈물 어린 수고로 엮어낸 생생한 증언들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모국어가 서툰 아이들도 있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어르신네들의 가슴 아픈 과거를 들으며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태어나 자라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확인해가는 여행의 기쁨을 학생들은 맛보고 있었다.
‘Lost Family’의 탄생은 리사 남 양 등 토마스 제퍼슨고에 재학 중인 한국계 학생들과 부모들이 지난해부터 갖기 시작한 모임이 계기가 됐다. 이왕 모였으니 의미 있는 봉사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미주 한인 이산가족들의 절망과 고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실향민들은 대부분 고령이어서 지금 이들을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이 앞섰다. 또 한국에 살고 있는 실향민들은 한국 정부가 책임을 진다지만 미주 한인 실향민들은 한미 양국 정부로부터 제대로 관심도, 지원도 받지 못하는 딱한 처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해야 할 일은 찾고 나니 모임의 이름도 ‘Voices of Divided Korean Families(한인이산가족을 위한 목소리·VODKF)’로 쉽게 정해졌다. 4 월 첫 모임 이후 두 달 간 프로젝트의 목표, 범위, 방법을 논의했다. 그리고 방학을 맞아 본격 인터뷰에 들어갔다. 인터뷰에 응해줄 분들은 이북도민회 등 워싱턴 지역 관련 단체의 도움을 받아 선정됐는데 멀리 캐나다에 거주하는 노인과도 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치적으로 이념이 다른 사람, 미국 공무원인 자식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부담된다는 분 등 반응은 가지각색이었고 한국말이 부족한 학생은 부득이 부모님의 도움도 빌어야 했다. 한국서 온지 얼마 안되 영어 문장이 조금 서툰 학생이 있었지만 가감 없이 책에 포함시켰다. 10대 학생의 눈으로 이해한 조국의 슬픈 역사를 윤색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병한 기자.2면으로 계속>
리사 양의 아버지 남경윤 씨는 “학생들이 전혀 몰랐던 부모 나라의 역사를 들춰보며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과 부모들이 당시 복잡하기만 했던 동아시아와 한미 역사의 실체를 깊이 공부하는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VODKF’는 그러나 실향민들의 일부 증언을 책에 담았지만 이제부터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열어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에 이산가족의 실상을 알리고 미 의원들도 적극 찾아 책을 매개로 로비를 적극 전개할 예정. 미주 한인 이산가족들은 미국 정부가 챙겨야할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앞으로 2기, 3기 후배들을 받아들여 활동을 확대해갈 계획인 VODKF는 이미 이산가족 상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샘소리’ 관계자들과도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민경(제임스매디슨 12학년), 전민식(토마스제퍼슨 12), 국원준(토마스제퍼슨 12), 이혜문(제임스매디슨 12), 리사 남(토마스제퍼슨 12), 손성민(토마스제퍼슨 11), 장연규(토마스제퍼슨 10), 애쉴리 승혜 주(토마스제퍼슨 10), 손승인(토마스제퍼슨 10) 군이 참여해 만든 ‘Lost Family’에는 실향민들과의 인터뷰와 미국정부의 역대 정책, 스티브 린튼 박사와 샘소리의 활동 내용도 담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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