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트는 고사하고 융자까지 막혀 한숨만 푹푹
기획취재- 학비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학부모들
고교 졸업시즌이 끝나가는 요즘, 올 가을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기쁨과 대견함도 잠시, 많은 한인 부모들이 엄청난 학비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전국 대학등록금은 물가인상 속도의 2배 이상 빠르게 올라 2008~2009년 UVA 경우 주내 거주 학부 학생은 2만 173달러(타주학생 4만 473달러)였으며 명문 사립대학은 4만5천-5만 달러 이상이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 아무런 도움없이 부담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액수다.
#사례 1=저먼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이모씨는 고교를 졸업한 딸이 주립대를 마다하고 타주 사립대 입학을 선택한 이후 학비 걱정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당장 5만 달러가 넘는 첫 해 학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부부의 연 소득이 12만 달러 정도라 학자금 그랜트 보조는 꿈도 꿀 수 없고,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가지고 현금을 꺼내 쓸 수 있는 재융자나 홈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을 신청하러 은행에 가봤지만 요즘같이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죄고 있는 상황에서 돌아오는 것은 ‘노’라는 대답뿐이었다.
이씨는 “불황에 학비는 너무 부담스럽고 정말 뾰족한 방법이 없어 마음이 무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례 2=아들이 버지니아 주립대에 진학을 결정한 센터빌의 김모씨는 학비 걱정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막상 닥치니 그게 아니었다. 1만 달러에 육박하는 등록금에 기숙사비, 교재비, 생활비 등을 합친 1년 학비가 2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연소득이 6만 달러 정도였던 김씨의 경우 펠그랜트 등 무상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저소득 수준에는 해당되지 않아 아무리 학자금 융자를 한다고 해도 7,000달러는 현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비즈니스 수입을 위장해 저소득층처럼 학비 보조금까지 받는다는데, 수입이 그대로 드러나는 나 같은 월급쟁이는 빠듯한 살림에 목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립대학 학비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전국에서 부유한 지역에 속하는 훼어팩스 카운티 중산층 가구 연평균 소득이 10만 달러에 육박하지만 자녀 한명을 대학에 보내려면 가구수입의 1/3 내지는 절반이 날아간다.
특히 저소득층 학자금 보조 대상에도 들지 않고 그렇다고 수만달러의 학비를 직접 감당할 만큼 부유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처지의 중산층이나 영주권이 없는 신분의 학부모들의 시름은 더욱 크다.
학자금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소득이 7만~12만달러 수준인 중산층 가정의 경우 학자금 보조 규모를 결정하는 연방 학생보조신청서(FAFSA)에 따른 부모가 직접 부담해야 할 금액이 1만~2만7,000여 달러에 달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최근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자체 장학금 기회를 줄이는 등 긴축을 하고 있는 상황도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김모씨(버크 거주)는 “미국은 아주 잘 살거나 못살면 혜택을 받기 좋은데 중산층이 아주 어정쩡하다. 무상보조를 받기 위해 세금보고되는 소득을 줄일까 고민도 했다”며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집을 담보로 재융자 받아 아이 학비를 대기로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학비 부담에 고민하는 중산층 가정의 경우 ▲학교 재정보조 담당부서를 찾아가 보조가 필요한 상황임을 확실하게 다시 알리고 ▲작은 액수라도 될 수 있으면 많이 장학금을 찾아 신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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