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호비뉴가 카카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 가운데 뒤에는 미국의 클린트 뎀시의 기운 빠진 모습이 보인다.
미국축구, 컨페드컵 준우승
브라질에 2-0으로 앞서다 2-3 역전패
미국축구가 다 잡았던 대어를 놓쳤다.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팍에서 벌어진 2009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던 ‘삼바군단’ 브라질을 상대로 먼저 두 골을 넣은 후 후반에 내리 세 방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첫 골을 터뜨렸던 미국 공격수 클린트 뎀시는 이날 시상식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미국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랜든 다나븐도 “이제는 우리의 실력을 인정받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이제는 딛고 올라서 이길 때”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집트를 3-0으로 꺾은 동시에 이탈리아가 브라질에 0-3으로 패하는 기적이 일어나 4강 무대에 오른 미국은 스페인에 이어 브라질마저 꺾고 FIFA 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하겠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그 미국이 먼저 두 골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 전반을 끝냈을 때는 그렇게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5차례 세계 챔피언의 저력이 빛나는 브라질은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한 골을 만회하며 반격을 시작, 3-2 역전승을 끄집어내며 미국을 울렸다.
루이스 파비아노가 두 골을 뽑아냈고 경기 종료 6분 전 루시오가 헤딩골로 승부를 갈랐다. 브라질에게는 컨페드컵에서만 이번 2연패를 포함, 3번째 우승이다.
불과 10일 전 0-3으로 완패하는 등 브라질과 15차례 붙어 단 한 번밖에 이긴 적이 없는 미국은 전반 10분 조나단 스펙터가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치고 들어가다 올린 낮은 크로스를 뎀시가 차 넣어 선제골을 터뜨렸다. 힘 있는 슛은 아니었지만 방향만 틀어준 결과 리드를 잡았다.
미국은 또 상대 코너킥 때 속공 찬스를 만들어 2-0으로 달아났다. 흘러나온 공을 잡은 다나븐이 왼쪽 사이드라인을 달리던 찰리 데이비스에 패스한 후 한 중간에서 공을 돌려받아 수비수를 제친 후 왼발슛을 골대 구석에 꽂아 ‘제2의 기적’을 꿈꾸게 했다.
그러나 골키퍼 팀 하워드(에버튼)의 수퍼 세이브를 앞세워 내심 우승을 바라봤던 미국은 후반이 시작된 지 40여초만에 한 골을 돌려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마이콘의 패스를 받은 루이스 파비아누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왼발 터닝슛으로 두터운 미국의 수비진을 뚫은 것.
기세가 오른 브라질은 후반 15분 골 지역 오른쪽에서 카카의 헤딩슛을 골키퍼 하워드가 골대 안쪽에서 쳐낸 것으로 보였지만 부심은 노골로 인정했다. 마침내 동점골이 터진 것은 후반 29분. 카카가 페널티 지역 왼쪽 구석까지 돌파해 크로스를 올리자 반대편의 호비뉴가 왼발슛을 했다. 순간 볼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고, 파비아누가 재빨리 몸을 날려 헤딩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이 빠진 미국은 후반 39분 엘라누(맨체스터시티)의 오른쪽 코너킥 때 브라질 주장 루시우에 역전 헤딩골을 허용하며 쓴잔을 들이켰다.
브라질 우승의 주역 파비아누가 5골로 득점왕인 골든슈를 차지했고, ‘하얀 펠레’ 카카가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미국 골키퍼 하워드는 골든 글로브상을 받았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앞서 벌어진 3~4위전에서는 스페인이 연장 접전 끝 개최국 남아공을 3-2로 눌렀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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