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억류 유나 리·로라 링 버뱅크공항서 가족 상봉
▶ 기쁨에… 설움에… 눈물이
북한에서 전격 풀려나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방북 전세기를 함께 타고 5일 새벽 버뱅크 공항에 도착한 유나 리 기자가 네 살 된 딸과 남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허리 숙여 인사
끝내 울음 터뜨려
클린턴 등 방북팀
박수갈채 받아
평소 같으면 어둠만이 내려 있을 한밤중 공항 한편이 부산스러운 채 기대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두 여기자의 도착장면을 생생하게 전하려는 취재진들을 위해 공항 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진 한 격납고 안에 기자회견장이 마련됐다.
미국 전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의 취재진 200여명이 새벽 3시께부터 몰려들어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CNN 등 주요 방송들도 현장을 생중계했다.
오전 5시50분, 여기자들과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을 태운 전세기가 드디어 버뱅크 공항 활주로에 안착했고,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바로 기내로 들어가 두 여기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이어 전세기는 천천히 가족들과 취재진들이 기다리고 있는 격납고로 향했다. 오전 6시10분 격납고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전세기가 서서히 진입하는 순간, 맞은편에서 유나 리 기자의 남편 마이클 샐데잇과 딸 하나, 그리고 로라 링 기자의 가족들이 흥분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어 ‘웰컴 홈’이란 플래카드가 붙은 비행기 트랩이 전세기 앞문 쪽으로 옮겨졌고 드디어 비행기 문이 열렸다. 한동안 흐르던 정적을 뚫고 유나 리 기자가 눈물이 가득한 표정으로 먼저 트랩을 내려왔다. 이어 로라 링이 뒤를 따랐다.
수척하고 피곤함에 지친 모습의 유나 리 기자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트랩 밑에 도열해 있던 가족들을 보고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가족에게 달려가 남편 마이클과 네 살된 딸 하나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의 상봉을 했다. 애타게 그리던 딸을 포옹하고는 한참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는 듯 자꾸만 딸의 볼을 자신의 볼에 비볐고 딸도 엄마의 목에 두른 팔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로라 링은 주먹을 쥔 두 손을 몇 번씩이나 치켜들고 무사귀환의 기쁨을 표현했고, 남편 및 가족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재회의 감격을 나눴다. 두 기자가 가족을 한 명씩 포옹할 때 얼굴엔 비로소 환한 웃음이 번졌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관계자들과 취재진도 일제히 박수로 여기자들의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이날 유나 리씨의 가족은 남편과 딸, 시부모가 나왔고 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친정 부모나 미국의 형제들은 보이지 않았다. 로라 링 가족으로는 남편 레인 클레이튼과 언니 리사 링 등 6명이 나왔다.
잠시 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방북 수행원들이 손을 흔들며 환한 표정으로 트랩을 내려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자들이 소속된 ‘커런트’ TV를 만든 앨 고어 전 대통령과 뜨겁게 포옹을 하고 여기자들의 가족과 마중 나온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어 로라 링이 인사말을 적은 흰 종이를 들고 현장에 마련된 마이크 앞으로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링 기자는 석방 교섭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고, 존 포데스타 진보센터 회장과 데이빗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등 동행 방북팀을 ‘최고의 팀’이라고 치켜세우며 각별한 사의를 전했다.
이어 고어 전 부통령이 인사말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방북 석방교섭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및 이들 두 기자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왔던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여기자들의 가족 상봉과 기자회견은 20여분 만에 끝나고 가족들은 두 손을 맞잡고 환한 표정으로 격납고를 나섰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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