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에도 0-1로 져 남미예선 5위로 추락…
4위까지만 남아공월드컵 본선 자동 진출권
‘마라도나호’가 날개 떨어진 새처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일 홈에서 숙적 브라질에 완패한 데 이어 이번엔 파라과이 원정에서 0-1로 고배를 마셨다.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에서 3연패의 늪에 빠진 아르헨티나는 이제 남미예선 5위로 떨어져 남아공월드컵 본선 자동진출권이 주어지는 ‘탑4’ 밖으로 밀려났다. 축구에 목숨 거는 나라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에선 이제 ‘국가비상사태’가 발효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위기 상황을 맞았다.
9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벌어진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 16차전 경기에서 파라과이는 전반 28분 터진 넬손 발데스의 선취골을 끝까지 지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눌렀다. 지난달 한국과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했던 파라과이는 이날 승리로 승점 30(9승3무4패)을 확보, 5위로 밀려난 아르헨티나(승점 22)와의 격차를 8점으로 벌리면서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브라질에 이어 남미 팀으로는 두 번째로 남아공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파라과이의 월드컵 본선진출은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4회 연속이자 통산 8번째다.
반면 브라질과 함께 남미축구의 쌍벽을 이뤘던 아르헨티나는 이날 볼리비아 원정에서 3-1로 승리한 에콰도르에 4위마저 뺏기고 5위로 밀려 본선진출 실패라는 상상할 수 없는 악몽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더욱이 이날 승리한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가 승점 21로 아르헨티나에 승점 1차로 육박, 아르헨티나로선 북중미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하는 5위 자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초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6월10일 에콰도르 원정(0-2)과 지난 5일 브라질 홈경기(1-3)에 이어 최종예선 3연패의 늪에 빠진 아르헨티나의 위기감은 실로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 11월 아르헨티나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마지막 5개 월드컵 예선에서 4패째를 당한 마라도나는 경기 후 “나에게 한 방울의 피라도 남아있는 한 아르헨티나의 예선통과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도 월드컵에 나갈 기회가 남아있다. 나는 비판이 두렵지 않다. 누가 나를 비난하든지 나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지도자로선 그에 대한 신뢰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그의 비장한 각오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실정이다.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할 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날 무릎부상을 당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시티) 대신 세르히오 아게로를 선발 출장시켰으나 파라과이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고 오히려 파라과이의 역습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파라과이는 전반 7분 아우렐리아노 토레스의 크로스에 이은 발데스의 오른발 논스톱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22분에는 조너선 산타나의 슈팅마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와 땅을 쳤으나 끝내 28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연결된 공을 발데스가 왼발로 강하게 차 넣어 결승골을 뽑았다. 파라과이의 철벽수비에 막혀 전반 33분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의 중거리슛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득점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전반을 마친 아르헨티나는 설상가상으로 후반 8분 베론이 이날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뛰어야 하는 핸디캡까지 떠안았고 끝내 파라과이의 수비벽을 뚫지 못한 채 종료 휘슬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제 아르헨티나는 페루와 홈경기, 우루과이와 원정경기를 남겨뒀는데 특히 마지막 경기인 우루과이 원정이 운명을 결정짓는 최후의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김동우 기자>
한 파라과이 팬이 마라도나의 이름이 새겨진 관 뚜껑 그림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파라과이에 패한 뒤 침통한 얼굴로 필드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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