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인 오늘밤 꼬마들이 캔디를 확실하게 챙길 수 있는 집이 있다. 시애틀시장 후보나 킹 카운티 행정관 후보들의 집이다. 부모가 따라가면 고급 와인을 대접받을 수도 있다. 후보들이 D-데이를 사흘 앞두고 제 발로 찾아가는 유권자들을 홀대할 리 없다.
올핸 기껏 시장과 카운티 수장을 뽑는 ‘동네선거’지만 열기는 꽤 뜨겁다. 두 선거 모두 피를 말리는 대접전이기 때문이다. 한인들 반응은 늘 그렇듯 무덤덤하다. 엊그제 몇몇 독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이곳 선거 아닌 본국의 재보선 결과를 묻는 내용이었다.
물론 발이 닳도록 뛴 한인들이 있다. 쇼어라인 시의원에 재출마한 신디 류 후보와 타코마 시장에 도전한 매릴린 스트릭랜드 후보다. 다행히 둘 다 전망이 밝아 오늘밤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에 나서 캔디 대신 표를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들 한인(계)후보 외에 역시 여성인 수잔 허치슨 후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TV 앵커우먼 출신으로 현직 카운티 의원인 다우 콘스탄틴 후보와 맞붙었지만 둘 다 선임자인 론 심스(현 연방 도시주택개발부 차관)와 비교하면 경량급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출마이후 줄곧 앞서온 허치슨이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주 처음으로 콘스탄틴에 역전 당했다.
허치슨은 필자가 10년전 시애틀에 전근온 뒤 KIRO-TV(Ch.7) 저녁 뉴스에서 4~5년 정도 낯을 익혔던 앵커다.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스티브 레이블의 파트너로 야무지게 뉴스를 진행했었는데 돌연 한인앵커인 크리스티 이에 밀려났다. 그 후 약 5년간 TV화면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8월 예선에서 당당히 수석을 차지했다.
허치슨이 앵커 직을 잃은 뒤 시애틀심포니 이사로 영입됐다는 것과 KIRO-TV를 상대로 보상소송을 제기했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 알았다. 자기를 밀어내고 상대적으로 젊은 한인여성을 기용한 것은 연령을 근거로 한 차별대우라는 주장이었다. 그녀의 소송은 재판까지 가지 않았는데 왜 소송이 취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두 한인(계)후보와 함께 또순이 허치슨이 기어코 콘스탄틴을 누르고 당선되면 워싱턴주 정가는 가히 여성천하가 된다. 주지사(크리스 그레고어)와 두 연방 상원의원(팻 머리, 마리아 캔트웰) 등 최고위 선출직은 물론 주 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킹 카운티의 수장과 타코마, 쇼어라인의 시장 직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애틀 시장선거도 비슷하다. 3선 도전에 나섰던 그렉 니클스를 예선에서 3위로 끌어내리고 사흘 후 결선에서 맞붙는 조 맬라한(기업인)과 마이크 맥긴(환경보호 운동가)은 ‘전국 시장협의회 회장’ 직함을 가진 니클스에 비하면 난쟁이이다. 정치경력이 전무한 새내기끼리의 이전투구가 보기에는 재미있지만 누가 당선돼도 큰 호응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가지 특기할 점은 1.5~2세 중심의 한미연합회(KAC-WA)가 허치슨, 콘스탄틴 후보를 불러내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이다. 행사가 졸속으로 이뤄졌고 후보들의 답변도 들으나마나한 내용이었지만 킹 카운티의 차기 수석행정관에게 한인사회의 존재 자체를 인식시켰다는 데 더 의의가 있다. 한인사회의 정치수준은 아직 그 정도이다.
국내외에서 성공한 한인 정치인의 대명사로 꼽히는 신호범 주상원 부의장, 페더럴웨이 시장을 두 번 역임한 박영민 시의원, 전국최초의 한인 여시장인 신디 류 쇼어라인 시장 등 외견상으론 워싱턴주 한인들의 정치관심이 뜨거워 보이지만 실상은 미지근하다.
아마도 2012년부터 해외동포의 본국 정치참여가 실현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 같다. 엊그제 본국의 재보선 결과를 묻는 독자들의 전화가 잇따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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