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표. 새로운 역사는 불과 1%의 선택에 의해 쓰여졌다. 3일 실시된 버지니아 주 하원선거에서 한인 마크 김(43, 민주) 후보가 346표란 간발의 차이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거센 공화당 돌풍을 뚫고 어렵사리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1석의 의미를 넘어 다양한 함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그의 주 하원의원 당선은 워싱턴 한인사회의 큰 기쁨이다. 메릴랜드는 물론 버지니아에서 한국계가 주 의회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되돌아보면 워싱턴 한인들의 정치 도전사는 지난했다. 1986년 진교륜 박사가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메릴랜드 주 하원의원에 도전했으나 좌절됐다. 1992년에는 기업인 김재욱 박사가 버지니아 제11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문일룡 변호사가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3선을 한 게 유일하게 선거를 통한 주류 정계로의 진입이었다. 그나마 문 변호사는 올해 브래덕 디스트릭 수퍼바이저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도전했다 실패하고 말았다.
80년대, 90년대와 달리 워싱턴 지역에는 이제 15만 안팎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한인들은 여전히 정치적 주변부에 있다. 이러한 시기, 김 후보의 당선은 한인들이 비로소 주류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신고식을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400년 역사의 버지니아 주의회에 첫 한인의 족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의 승리는 역으로 버지니아의 다양성, 개방성의 진전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동안 버지니아의 폐쇄적이고 보수적 풍토는 리치몬드 정계에 그대로 반영돼 한인은 물론 아시안 조차 전무했을 정도다. 그만큼 김 후보의 당선은 소수에게도 문이 열리며 다양성과 정치적 기회 및 경쟁의 균등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김 후보의 승리에서 간과해선 안 될 점은 한인사회가 큰 힘을 보탰다는 점이다. 한인들은 6월에 치러진 예비선거와 본선을 포함해 10만 달러 안팎의 선거 자금을 모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자원봉사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내 일처럼 도왔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마크 김 후보의 인간미나 친화력도 크게 작용했지만 그가 “나는 한국인”이란 점을 당당히 선언하고 선거에 임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인사회의 폭넓은 선거지원은 결과적으로 이 지역에서 갖는 정치적 힘을 주류사회에 조용히 각인시켰다. 비록 영향력 면에서 크진 않더라도 앞으로 한인사회를 대하는 주류사회의 시각은 한결 세심하고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그의 당선은 한인 2세들에도 ‘희망’이란 이름의 선물과 다름없다. 마크 김은 베트남과 호주를 거쳐 14세에 미국에 온 이민자였다. 언어나 문화적, 정서적으로 불리함을 안고 출발한 그는 스스로의 한계를 매운 정신과 열정으로 딛고 소수계도 미 주류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2세들에 자긍심과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크 김의 당선은 거듭 워싱턴 한인사회의 경사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그의 장함을 축하하고 함께 기쁨을 나눠도 탓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마크 김이란 신진 정치인이 탁월한 정치적 상상력과 열정적 언어, 지혜로운 정책으로 버지니아에서부터 새로운 개인사와 역사를 써나가길 기대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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