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가위, 의사, 애기…”
17일 오전 9시 LA 한인타운 8가와 윌튼 플레이스 교차로에 위치한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교장 김정혜)의 2학년 한국어 이중언어반(Dual Language) 교실.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전체 수업의 절반을 한국어로 진행해야 하는 이 반에 흑인과 라티노 등 타인종 학생 여럿이 김해나 교사의 지도에 맞춰 한국어 단어를 연습중이다. 한국인도 정확하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중모음 단어들도 척척이다.
전체 수업의 절반을 한국어로 진행해야 하는 한국어 이중언어반 수업에 타인종 학생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 화제다.
현재 12개 한국어 이중언어반을 운영하고 있는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에는 각 반마다 25명가량의 학생들이 있지만 타인종 학생도 2~4명씩 포함돼 있다.
숫자는 저학년으로 갈수록 늘어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한국어가 어려워지면서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인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로부터 지도 받고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인학생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다는 거다. “그냥 재밌어요. 새로운 언어와 글자를 배우는 게 신기하다.”(미사 미도·2학년) “한국어를 배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글자를 배우고 카드놀이가 재밌다.”(디안드라 코르테스·3학년)
한국어를 배우면 성인이 돼 직장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실용적인’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있다. 3학년 조 필라델피아 코삭이 대표적인 경우. 엄마가 USC에서 영작문을 가르치는 코삭은 “한국어가 앞으로 쓸모 있는 언어가 될 것”이라는 엄마의 선경지명에 따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 한글책 읽기 등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한국어를 계속해서 배울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려는 타인종 학생들이 한국어를 계속 배우기는 쉽지 않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한국어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체계적인 교수법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사전이나 한국어 신문 같은 이들이 학습에 사용할 교재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이들을 중간에 포기하게 만든다.
3학년 담임 주선희 교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타인종 학생들이 한국어를 힘들어한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이 아직은 체계를 잡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2학년 담임 김해나 교사도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에 비해 타인종 학생들이 경쟁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고 말했다. 김정혜 교장은 “한국어를 배운다는 게 언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문화도 배우는 것”이라며 “한국어 동요대회나 한글 철자 맞추기, 인형극 등을 통해 타인종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대용 기자>
17일 윌튼플레이스 초등학교 타인종 학생들이 김해나 교사의 지도에 맞춰 한글 단어를 읽고 있다.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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