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누구를 만나 인연을 맺느냐는 문제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만남’ 하면 우리에게 얼핏 떠오르는 것은 헬렌 켈러와 앤 설리반의 만남이다. 장님에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헬렌 켈러는 자서전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은 설리반과의 만남이었다. 그것은 1887년 3월3일이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헬렌 켈러와 앤 설리반의 스토리는 ‘최악’을 ‘최고’로 만들어 냈다는 삶의 예술성에 있다. 산다는 것은 예술이다. 이것을 두 사람이 세상에 보여준 것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19세기에 세계는 두명의 위대한 인물을 배출했다.
한사람은 나폴레옹이고 또 다른 한사람은 헬렌 켈러다. 나폴레옹은 힘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다 실패했지만 헬렌 켈러는 사랑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헬렌 켈러가 어느 정도 존경을 받았는가는 미국의 대통령들이 증명한다. 제22대 클리블랜드 대통령에서부터 34대 케네디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3명의 대통령이 켈러를 백악관에 초청해 환담을 나누었다.
가정교사인 앤 설리반은 헬렌 켈러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켈러가 처음 깨우친 단어는 ‘WATER’ 였다. 여기에서 그는 모든 사물이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하지 못한 단어가 하나 있었다. 그건 ‘LOVE’ 라는 추상명사였다.
“설리반 선생은 항상 ‘헬렌을 사랑해’라고 말하는데 나는 ‘사랑’이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되지를 않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헬렌 켈러는 자서전 ‘The Story of My Life’에서 자신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배웠는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설리반 선생님에게 ‘사랑’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않고 나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댄 후 내 이마에 키스하며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는 이것이 사랑이야 라고 했다”
설리반이 켈러에게 감명을 준 것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행동으로 설명한 것이다. 누구도 컨트롤 하지 못한 그의 거친 성격을 잘 참아주고 맹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이해해 주었고 래드클리프 대학 4년 동안 자신과 매일 함께 강의를 듣는 등 행동으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다. 설리반은 어릴 때 너무 가난하여 시력을 잃고 맹인이 될 뻔 했으며 이집 저집에 맡겨져 자랐기 때문에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설리반은 존 메이시라는 하버드대학 강사와 결혼했는데 헬렌 켈러도 이들과 함께 살았다. 설리반 남편은 사회주의자였으며 후일 헬렌 켈러가 사회주의자로 변한 것은 메이시의 영향 때문이다. 그녀는 당시로서는 엄두도 못낼 남녀평등을 부르짖었으며 낙태를 찬성했고 전국 산업노조에 가입하는 등 파격적인 진보주의자 모습을 보였다. 켈러는 88세인 1968년에 세상을 떠났으며 소원대로 앤 설리반의 묘 옆에 묻혔다.
인간은 누구나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것을 누가 발견하고 누가 키워주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헬렌 켈러의 삶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며 앤 설리반과의 공동작이다. 설리반의 헬렌 켈러를 위한 헌신은 우리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설리반이 켈러에게 보여준 것처럼 사랑은 행동을 전제로 한다. 그래야 부모와 자식, 부부간에도 납득이 되는 것이다. 말로 설명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자기 뼈를 깎는 헌신이다. 그리고 액션이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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