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풋볼 정상 앨라배마에 내준 텍사스 “무너진 꿈” 통탄
만약 그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난 7일 패사디나 로즈보울에서 펼쳐진 대학풋볼 BCS(보울챔피언십시리즈) 내셔널 챔피언십게임은 앨라배마를 통산 13번째 내셔널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막을 내렸다. 전국랭킹 1위 앨라배마(14승)는 2위 텍사스(13승1패)를 37-21로 제압하고 1982년 시즌 이후 17년만에 다시 정상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뭔가 개운치 못한 아쉬움과 여운을 남기고 말았다. 텍사스의 스타 쿼터백 콜트 맥코이가 이날 팀의 첫 공격에서 어깨부상을 입고 경기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승부는 사실상 경기 시작하자마자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기 때문이다. 전반을 6-24로 크게 뒤진 텍사스는 후반 디펜스의 분투와 햇병아리 1년생 쿼터백 개럿 길버트의 터치다운패스 2개로 한때 21-24, 3점차까지 육박하는 저력을 보였으나 맥코이의 공백을 딛고 앨라배마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앨라배마는 막판 길버트의 연속 턴오버에 편승, 터치다운 2개를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텍사스는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4년간 텍사스의 주전쿼터백으로 매년 두자리수 승리를 거둬 대학풋볼 사상 최다승 기록을 수립한 맥코이는 텍사스 오펜스를 지탱하는 대들보나 마찬가지인 선수다. 그런 중요한 선수를 경기 시작과 함께 잃어버린 텍사스 오펜스는 순식간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고 대학무대 실전 경험이 제로에 가까운 신출내기 백업 쿼터백 길버트가 이끄는 오펜스와 전국 최강 디펜스를 자랑하는 앨라배마의 대결은 전반 내내 마치 한 팔을 뒤로 묶고 나선 선수와 헤비급 챔피언의 대결처럼 안쓰럽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고교시절 USA투데이 선정 ‘올해의 공격수’로 뽑혔을 만큼 기본 재능을 갖춘 길버트는 후반 텍사스 디펜스가 앨라배마를 4쿼터 막판까지 영봉시키는 틈을 타 터치다운 패스 2개와 1개의 2포인트 컨버전 패스를 성공시키며 앨라배마의 리드를 3점차까지 좁혀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으나 그에게 역전극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는 결국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 블릿츠를 읽지 못해 턴오버를 범했고 앨라배마는 텍사스 3야드 지점에서 하이즈만 트로피 수상자인 러닝백 마크 잉그램이 3번의 캐리로 엔드라인을 돌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터치다운을 뽑아냈다.
물론 부상도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맥코이가 뛰지 못했다고 앨라배마 승리의 의미가 감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셔널 챔피언십게임에서 경기 시작과 함께 주포가 고장나는 바람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진 것은 텍사스로선 쉽게 패배를 승복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승자인 앨라배마 역시 맥코이가 뛴 경기에서 이긴 것에 비해선 승리가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일부에선 맥코이가 빠진 텍사스에 막판 3점차까지 쫓긴 것은 그가 뛰었을 경우 앨라배마가 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연 맥코이가 뛰었다면 텍사스가 이겼을까. 그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검승부를 보지 못한 것은 모두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 수 없다.
<김동우 기자>
앨라배마 러닝백 마크 잉그램이 4쿼터 막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터치다운을 뽑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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