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카프카의 소설 ‘성’에서 K는 측량작업을 위해 성에 들어가려고 근처 마을에 도착한다. ‘무엇엔가 짓눌린 납작한 두개골, 두들겨 맞는 고통 속에서 빚어진 얼굴’을 가진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암시하듯, 그 성은 괴상야릇한 관료조직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성의 권위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맹목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 주민들은 민원이 생기면 성 관리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성 관리는 방문자 K에게도 일방적 횡포를 부려 그를 성안으로 들여놓지를 않는다. 입성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K는 이미 뿌리 박힌 권력과 추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에서 그에게 파견하는 전령을 애타게 기다리기만 한다.
K의 마지막 보루인 수동적인 기다림은 모든 노력의 종말인 ‘무의미한 비극’을 피하려는 시도다.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로 자신을 포기하고 식물인간처럼 무기력해지면 차라리 속 편해진다는 태도다.
그것은 성적 좋은 지원자가 재정보조가 필요 없다는 지원자를 못 이기고, 돈 내겠다는 지원자가 피부색 검은 지원자를 못이기는 대학입시 전쟁에서 합격자 발표를 마냥 기다리는 지원자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진정으로 실력 있는 지원자들은 냉대하고, 네 쌍둥이 지원자 같은 선전도구용을 먼저 가려내고, 에마 왓슨 혹은 기부금을 내겠다는 동문 자녀처럼 대학에 각별한 이익을 주는 지원자는 뒷문을 통해 별도로 모시는 ‘일방적 횡포’가 벌어지는 동안에, 일반 지원자는 그저 기다려야 한다. 어쩌면 대학의 냉대와 횡포 사이에서 소외된 지원자에게 남은 선택은 해리의 ‘빵꾸똥꾸’나 곱씹는 소극적 기다림뿐이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 3월말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입시전쟁에서 진짜 ‘서바이벌 게임’은 원서 접수 후부터 시작된다.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당락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는 지금, 자신을 색다르게 만드는 기회로 삼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지원서 접수 후 생긴 변화를 지원대학에 보내라. 새로운 표준시험점수, 12학년 1학기 성적표를 보내는 것은 물론 교내 외 활동을 통해 이룩한 새로운 업적이 있다면 상세히 적어 보내라.
2. 자신의 관리지역에서 지원한 학생들의 등록여부를 염려하는 지역담당 입학사정관과 친분을 쌓아라. 하지만 지원서를 읽느라 업무에 시달리는 사정관을 수시로 괴롭히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므로 추근거림과 관심표명의 차이를 알아라.
3. 캠퍼스 방문은 지금이 적기다. 한번 방문한 대학도 다시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하고, 왜 지원대학이 자신과 어울리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4. 지원대학의 페이스북ㆍ마이스페이스ㆍ트위터 등 온라인 교류에 참여하고, 대학 동문들이 주최하는 지역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학교를 좀더 알아보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자신의 관심을 표명하는 길이다.
5. 위의 방법들은 조기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 보류(deferred)된 지원자에게도 적용된다. 12학년 성적을 좀더 검토하기를 원하거나, 추천서나 에세이가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보류시키기도 한다. 에세이를 다시 쓰든, 다른 추천서를 보내든, 수상경력이 쌓였든, 그간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합격되면 등록하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밝혀라. 보류된 지원자를 일반전형에서 다시 사정할 때는 보너스 점수가 가산되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의사항: 1. 마지막 ‘서바이벌 게임’에서 부모나 교사가 나서서 이메일ㆍ편지ㆍ전화를 대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2. 마냥 기다리고 가만히 있는 지원자는 중간도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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