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17마리를 사육하던 농부가 늙어 죽게 됐다. 그는 세 아들을 불러 앉히고 처자가 있는 장남은 말 전체의 절반을, 곧 장가갈 차남은 3분의 1을, 아직 어린 막내는 9분의 1을 각각 나눠가지라는 꾀까다로운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장례 후 말을 분배하려던 세 아들은 난감했다. 장남은 8.5 마리, 차남은 5와3분의2 마리, 막내는 1과9분의8 마리를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말을 토막 내지 않고는 도저히 나눌 수가 없었지만 형제들은 한사코 제 몫을 챙기겠다며 버텼다.
옥신각신 유산싸움을 벌이던 형제들은 때마침 말을 타고 그 마을을 지나던 현자에게 묘안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현자는 자기 말을 형제들의 말과 합해 모두 18마리로 만든 후 장남에게 9마리, 차남에게 6마리, 막내에게 2마리를 분배했다.
아버지가 유언한 말의 배분비율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을 뿐 아니라 현자의 말 한필은 신기하게도 그대로 남았다. 더구나 말을 토막 내 나눠 갖는 경우보다 장남은 0.5 마리, 차남은 3분의1 마리, 막내는 9분의1 마리를 각각 더 갖는 셈이 됐다.
현자는 세 형제를 모아놓고 “내 말의 이름은 ‘사랑’이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사랑이 들어가면 원만하게 풀리고 결과도 더 풍성해지는 법이오. 형제간에 서로 사랑하시오. 세상은 나 홀로 못 살 게 돼 있소”라고 타이르고는 ‘사랑’ 말을 타고 떠났다.
현자의 충고대로 똘똘 뭉쳐 사랑한 세 형제가 후에 큰 부자가 됐다는 해피엔딩의 이 이야기는 목사님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새 계명’을 설교할 때 흔히 인용하는 예화이다. 필자는 한 달 전에 이 이야기를 설교가 아닌 체험으로 실감했다.
작년 추수감사절 직후 시작된 본보의 2009~10년 불우이웃 돕기 모금액이 한달만인 크리스마스이브에 3만7,000 달러를 돌파했다. 종전 최고기록인 2007~08년의 3만1,535 달러를 거뜬히 상회한 액수여서 본보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성금액은 세밑 전에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액수 자체만 최고기록이 아니라 이 캠페인이 처음 시작된 1985년 이후 가장 단 시간에 이뤄진 성과인 것도 신기록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자선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시애틀타임스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작년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불안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경기가 2년째 미국을 짓누르고 있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우이웃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여유 있는 한인은 크게 줄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친숙한 광고주에게 성금을 부탁할라치면 “내가 바로 불우이웃”이라며 손사래를 치기 일쑤였다. ‘뒤주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나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차고) 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의식족 즉지영욕:衣食足 則知榮辱)’는 뜻의 고사성어가 실감났다.
그러나 필자의 불안은 기우였다. 캠페인이 시작되자마자 성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부분이 ‘십시일반’의 정성이었다. 기탁자 가운데 상당수가 성금수표와 함께 “나도 어렵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약소한 금액을 보낸다”는 메모를 동봉해왔다.
인심은 뒤주가 아니라 사랑에서 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세상을 나 홀로 살 수 없다는 현자의 충고처럼 한인들이 사랑으로 똘똘 뭉치면 불우이웃을 돕는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리고 동포사회의 융화단결이라는 열매도 풍성하게 거둘 수 있음이 입증됐다.
본보의 모금캠페인은 (사실상) 오늘 마감된다. 기탁자 여러분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올 연말에도 큰 성원을 기대하지만, 그보다는 경기가 활짝 풀려 모두 잘 살게 되고, 그에 따라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도 올해엔 필요 없게 되는 것이 필자의 꿈이다.
윤여춘(편집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