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호’ 대형 사고
▶ 32년 이어온 중국전 무패행진 ‘허~무’하게 무너져
공한증이 영원히 가지 못할 줄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충격이었다. 0-3은 너무했다. 전후사정이 어찌됐든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도쿄발 쇼크’는 남아공월드컵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국축구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만한 메카톤급 충격이었다.
장장 32년을 이어왔던 한국축구의 대 중국전 무패행진 기록이 무참하게 허물어졌다. 중국은 10일 일본 도쿄에서 펼쳐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전반 2골, 후반 1골을 뽑아내 한국에 0-3 참패를 안기며 32년 묵은 공한증(恐韓症)을 날려버렸다. 지난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1-0 승리를 거둔 이후 32년 동안 중국을 상대로 27경기 연속 무패(16승11무) 행진을 이어왔던 한국은 32년 28번째 매치만에 중국전에서 처음으로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대회 홍콩과 1차전에서 5-0으로 이겼던 한국은 1승1패로 중국(1승1무)에 이어 2위로 내려앉았고 중국이 최약체 홍콩과의 최종전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을 예상할 때 대회 우승가능성도 사라지고 말았다.
‘아시아 지존’을 자처했던 한국축구가 완전히 달라진 중국에 무릎을 꿇은 한판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중앙수비수 이정수를 왼쪽 풀백으로 옮기고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를 투입, 조용형과 함께 중앙을 맡겼고 공격에선 이근호와 이동국을 투톱으로 내세웠으나 공수 모두 실망스런 모습을 면치 못했다.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곽태휘는 실수를 연발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근호와 이동국은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역습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취보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자 위하이가 솟아오르며 방향을 바꾸는 헤딩으로 한국 네트를 출렁였다. 이정수의 수비 가담이 늦은 데다 곽태휘가 커버 플레이를 해주지 못했고 조용형이 함께 점프했지만 위하이의 헤딩이 위협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정수는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해 전반 15분만에 박주호로 교체됐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볼 점유율이나 슈팅수 우세에도 불구, 장신 수비수들이 버틴 중국의 수비라인을 상대로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전반 27분 수비실수로 두 번째 골을 헌납했다. 문전에서 곽태휘가 걷어낸 볼이 멀리 가지 못했고 이를 가로챈 양하오가 쇄도하던 가오린에게 연결, 추가골을 뽑아냈다. 위험 지역에서 확실하게 볼을 처리해내지 못한 곽태휘의 실책이 부른 어이없는 실점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이근호 대신 이승렬, 김두현 대신 노병준을 교체 투입하며 반격을 노렸지만 탄탄한 수비벽을 쌓고 호시탐탐 역습을 노린 중국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중국은 후반 15분 역습에서 공격수들이 현란한 개인기를 과시하며 한국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덩주샹은 해프라인부터 드리블 돌파로 오른쪽을 꿰뚫은 뒤 수비수 3명을 따돌리고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3-0을 만드는 피니시블로를 터뜨렸다. 한국은 이후 영패 모면을 위해 필사적으로 나섰으나 단 한 번도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맥없는 영패의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김동우 기자>
충격적인 0-3 참패로 대 중국전 무패행진이 깨어진 뒤 허탈한 모습으로 필드를 떠나는 한국 선수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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