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25일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로시엄. 세계 피겨스케이트 역사에 새로운 전설이 탄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김연아(19). 대한민국 전체의 엄청난 기대와 소망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아이스에 나선 ‘퀸 연아’는 그 엄청난 기대도 훌쩍 뛰어넘어 전설의 반열로 날아올랐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그녀의 이날 퍼포먼스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틀전 숏프로그램에서 78.50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에 나섰으나 2위 아사다 마오(73.78, 일본)와의 격차는 4.72로 안심할 만한 격차는 아니었다.
더구나 아사다는 고난도 점프인 트리플 악셀 점프를 두 개나 준비하고 역전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긴장감은 김연아가 연기를 마치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4분여 동안 피아노협주곡 F장조에 맞춰 물 흐르는 듯, 선녀가 춤추는 듯, 이어진 숨 막히는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고 김연아가 두 팔을 높이 치켜드는 순간 스탠드를 가득 메운 1만6,000여명의 관객은 물론 TV를 통해 지켜본 수많은 팬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김연아의 눈에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바로 이어 연기를 해야 하는 아사다에게 아무런 역전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다.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며 가볍게 미끄러진 김연아는 첫 과제이자 자신의 전매특허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상큼하게 출발했다. 그녀가 가장 어려워했던 트리플 플립까지 깔끔하게 성공시킨 김연아가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를 연속으로 이어가자 여기저기서 탄성과 찬사가 끊임없이 터져나왔고 팬들은 이미 김연아와 하나가 돼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계속해 트리플 살코우, 트리플 러츠, 김연아가 공중으로 솟구칠 때 마다 탄성이 터졌고 탄식마저 새어 나왔다.
정확히 4분7초의 연기가 모두 끝나자 퍼시픽 콜로시엄은 황홀경의 도가니가 됐고 그토록 원했던 ‘클린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이뤄낸 김연아의 눈에서도 눈물이 터졌다. 그리고 소름마저 끼치게 한 그녀의 연기가 끝나 전광판에 경악할 수준의 점수가 찍히면서 승부에 대한 스릴도 사라지고 말았다.
역대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인 150.06. 총점 228.56. 모두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계신기록이었다. 뒤이어 나선 아사다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해도 뒤집기 어려운 점수였고 결국 첫 두 번의 점프에서 비장의 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잇달아 성공시키고도 중반이후 완벽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결국 131.72점을 얻은 아사다는 총점 205.50으로 은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1위 김연아와의 차이는 무려 23.06. 일본의 자존심은 그렇게 무너졌다. 세계 피겨의 새로운 전설이 탄생한 밤이었다.
<김동우 기자>
자신도 놀랄 전설적인 퍼포먼스를 펼친 김연아가 감격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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