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매스터스였다.
어쩌면 스포츠 스타로서 사상 최악의 스캔들을 거친 타이거 우즈(34)가 컴백루트로 선택한 장소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매스터스 무대인 어거스타 내셔널이었다. 한때 매스터스에 앞서 2주전 펼쳐지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튠업을 겸해 호된(?) 복귀신고를 한 뒤 매스터스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으나 우즈는 결국 튠업을 건너뛰고 매스터스 직행 코스를 선택했다. 어떤 경우에든 매스터스에는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맞아떨어졌으나 연착륙을 위해 앞서 한 대회를 거친 뒤 매스터스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간 것.
매스터스를 컴백 출발점으로 삼기로 한 우즈의 결정은 치독한 추문으로 얼룩진 오랜 ‘귀양살이’에서 돌아오는 마당에 갤러리나 미디어의 어마어마한 관심에 대한 부담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롭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매스터스와 어거스타 내셔널은 일반 PGA투어 대회에 비해 입장권을 구하기나 취재허가를 얻는 것이 훨씬 까다로운 대회다. 심지어는 우즈가 원할 경우 모든 인터뷰 요청을 전부 거부할 수 있는 곳이 어거스타 내셔널이다. 더구나 어거스타 내셔널은 이미 확실하게 인정받은 언론 외에는 취재허가를 내주지 않는 곳이다. 우즈의 스캔들을 집중 보도했던 타블로이드판 언론들은 어거스타 내셔널에 발을 밟기조차 어렵다. 우즈로선 보기 싫은 ‘스캔들 사냥’ 기자들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보호막’이 갖춰진 셈이다.
또한 이곳에 오는 갤러리들도 우즈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시비를 걸 가능성이 일반대회에 비해 훨씬 적다. 매스터스 입장권은 일일티켓이 없이 100% 시즌 패스로 이뤄졌고 모두 대를 이어 물려받는 ‘가보’ 취급을 받는데다 고유번호로 소유자가 파악돼 있어 어거스타 내셔널의 규정위반으로 적발될 경우 영원히 입장권을 빼앗겨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심지어는 코스내에서 뛰어다니는 것조차 금지돼 있고 셀폰을 갖고 있다 적발될 경우 곧바로 대회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영원히 재입장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 때문에 예측 불가의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결국 우즈로선 매스터스가 다른 대회에 비해 훨씬 보호받는 분위기 속에서 첫 컴백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즈에게 이같이 유리한 점이 있는 반면 불리한 점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지난 5개월간 아무런 실전 경험이 없이 곧바로 메이저대회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골프황제’ 우즈라도 이런 악몽의 기간을 거친 뒤 처음 나서는 대회에서 당장 실전감각을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고 그 경우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메이저 타이틀 추가기회를 사실상 튠업대회로 돌린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즈는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두차례 장기간 공백을 거친 뒤 메이저대회에 나선 경험이 있고 두 번 모두 무대는 US오픈이었다. 첫 번째는 지난 2006년 부친 사망 직후 9주동안 투어를 떠났다가 US오픈에 나선 것으로 그 때 우즈는 프로전향 후 유일하게 메이저대회서 컷오프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역시 두달여만에 나선 US오픈에선 아직도 성하지 않은 다리를 끌고 무려 91홀을 도는 강행군 끝에 어쩌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타이틀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팬들의 동정을 받는 컴백이었고 이번엔 전혀 케이스가 다르다. 과연 이번 매스터 컴백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전 세계의 시선이 어거스타로 모아지고 있다.
<김동우 기자>
지난 2002년 매스터스에서 우승, 그린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한 타이거 우즈. 우즈는 5개월 ‘귀양살이’를 마치고 컴백하는 대회로 매스터스를 선택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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