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 나가수 깜짝 1위·아사다 마오 2위
‘올림픽 후유증’ 탓 실수 잇따라
프리스케이팅서 역전여부 관심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또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어요.”
‘피겨 퀸’ 김연아의 올림픽 후유증은 엄청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불과 한 달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섰으나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았고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지만 목표를 상실한 김연아의 방황의 정도도 훨씬 더 심했음이 뒤늦게 공개됐다.
김연아는 26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팔라벨라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숏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0.32점에 예술점수(PCS) 30.28점을 합쳐 60.30점을 받아 시니어 무대 데뷔 이래 세 번째로 낮은 점수를 기록하며 충격적인 7위에 그쳤다. 미라이 나가수(미국)가 70.40점으로 1위에 올랐고 아사다 마오(일본)가 68.08점으로 2위를 달렸다. 김연아가 숏프로그램에서 5위 밖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 숏프로그램 5위가 종전 최저순위였다.
최고의 연기로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은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잠시 허탈감에 빠져 있었던 김연아는 “이제 괜찮아졌다”고 했지만 ‘올림픽 후유증’은 무섭도록 컸다. 올림픽이 끝난 뒤 한 달여만에 다시 나선 대회에서 김연아는 연속으로 실수를 범하며 실망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를 정확히 뛰어 가산점을 무려 2.8점이나 챙기며 최고의 출발을 했으나 이어진 트리플 플립에서 착지불안으로 휘청거리며 기본에서 4.04점을 깎이는 다운그레이드를 받은 김연아는 이어진 레이백 스핀을 아예 돌지 못해 기준미달로 처리되며 0점을 받았다.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연기 도중 휘청거린 끝에 레벨 1을 받는 데 그쳤고, 점수도 1.26점밖에 얻지 못했다. 이후 다섯 번째 과제인 더블 악셀에서 완벽한 점프를 펼쳐 가산점을 1.0점 받으며 재정비에 나선 김연아는 나머지 과제들은 큰 실수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마쳤으나 이미 입은 타격은 엄청났다.
경기 후 김연아는 믹스드존에서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허탈감으로 훈련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제대로 훈련한 것은 대회 직전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니 이날의 결과는 그 것이 그대로 나타난 것에 불과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달성한 이후 갑자기 자신의 인생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을 잃은 김연아가 방황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김연아는 “올림픽이 끝나고 또 경기한다는 게 두려웠다”며 “지난주까지도 스케이트를 타기 싫어 빈둥거렸다”고 말했고 토리노 도착 직후에도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다”고 말해 그동안 마음의 방황이 심했음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스스로 결정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것이고 비록 부진했다곤 하나 1위 미라이 나가수(미국, 70.30)와 격차가 10.10에 불과, 2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을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날과 같은 두려움을 안고 빙판에 나선다면 역전의 가능성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먼저 마음의 부담을 털어내고 스케이팅을 즐기는 초심을 되찾을 수 있느냐가 김연아의 대역전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가 숏프로그램에서 시니어무대 데뷔 후 3번째로 낮은 점수에 그치며 7위로 처졌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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